카드업계 “만리장성 뚫어라” 황금시장 공략 잰걸음

입력 2012-08-03 19:03


‘24억장짜리 중국 시장을 뚫어라.’

경기침체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일로(惡化一路)에 놓인 카드업계가 한 해 카드 이용액만 3조 달러(약 340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자국 내 카드사업 육성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두었던 중국이 마침내 지난 2월 외국 카드사의 자체 신용카드 발급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월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발급을 허가하면서 중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국내 카드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기준 1인당 신용카드 발급량이 0.2장에 불과하지만 1회 이용액은 4600달러(521만원)에 달하는 전형적인 VIP고객 시장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직불카드까지 고려하면 직불·신용카드 발급량만 24억장, 카드 이용액은 2조9000억 달러로 각각 전체 아시아 카드 발급량(40억장)과 카드 이용액(5조7000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993년 당시 장쩌민 총서기가 신용카드 발급 확대를 위해 ‘골드카드 프로젝트(金card工程)’를 시작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비중도 2000년 2.1%에서 2010년 32%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13억명이 넘는 인구와 세계 2위의 국내총생산(GDP·6조9884억 달러)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오션이다.

특히 그동안 중국은 외국 카드사로부터 자국 카드시장을 적극 보호해왔지만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 카드업계의 차별 규정을 인정하는 등 국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점차 개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국내 카드사들은 중국 내 카드 지급결제시스템 운영 등을 도맡고 있는 인롄(銀聯) 주식회사와 제휴를 맺긴 했지만 대부분 국내 카드의 중국 내 사용 확대를 위한 수준에 불과했다. 비씨카드가 2008년 인롄과 2년간 단독 제휴해 내놓은 ‘중국 통(通) 카드’를 비롯해 KB국민·롯데·비씨 등이 인롄과 맺은 제휴 역시 중국 내 인롄 가맹점에서 카드 사용을 허가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신한카드가 지난 3월 국내 카드사 중 처음으로 인롄과 중국 내 자체카드 발급을 위한 ‘상호 지불 결제 사업 발전 등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중국 시장 직접공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씨티그룹을 제외하면 그동안 단 한 번도 외국 카드사에 문을 열지 않았던 곳”이라며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KB국민 등 국내 다른 카드사들도 다각도로 중국 내 자체카드 발급을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