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 사이의 성형열풍 배경에는 외모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TV를 틀면 나오는 10대 아이돌 스타들의 ‘성형고백’은 중·고생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성형을 통해 몸짱이 된 사례를 과장스레 보여주는 TV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을 성형외과로 유인하고 있다. 외모를 성공의 수단으로 여기는 10대들은 성형수술을 ‘합리적 투자’로 여기고 있다. 성형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잠실동 한 성형외과 대기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2명이 각각 어머니와 함께 긴장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학생들은 코 성형수술을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한 어머니는 “사내놈이 성형외과에 들락거린다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이라고 말을 흐렸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병원에 왔다는 의미다.
부모가 중·고생 아들의 손을 잡고 성형외과를 찾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업계에선 성형외과를 찾는 청소년 중 10% 정도는 남학생으로 보고 있다. 남자 성형을 잘한다고 알려진 몇몇 성형외과에는 30%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김상태성형외과 김상태 원장은 “남학생들이 우리 병원을 처음 찾아온 건 5년쯤 전으로 기억된다. 이후 조금씩 늘더니 최근 1∼2년 사이 남학생들의 방문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성형외과를 찾는 남학생들은 미리 여러 정보를 갖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른바 ‘성형 쇼핑’을 하는 남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여학생들은 주변에서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볼까’ 정도의 생각으로 상담 받는 경우가 꽤 있지만 남학생들은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갖고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이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의 상당수는 코 때문이다. 코 가운데 부분의 뼈만 튀어나와 이른바 ‘마녀 코’로 불리는 매부리코 치료를 위한 경우가 가장 많다. 김 원장은 “어린 나이인 만큼 가급적 수술을 권하지 않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수술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아이의 표정이 달라지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부모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한다.
점을 빼거나 여드름 관리를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남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 경우 부모가 더 적극적이다. 점이나 여드름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아들의 자존감이 낮아질까 봐 걱정돼서 부모가 앞장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중고생 성형 열풍] 남학생 수술도 급증 추세… 몇몇 병원은 30% 육박
입력 2012-08-03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