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 뒷거래, 친박계에 도덕성을 묻는다

입력 2012-08-03 18:41

4·11 총선 ‘공천 헌금’ 파문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어제 의혹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사자들이 혐의를 강력 부인하자 일단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한 경선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 등을 내걸고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하자 오후에 긴급회의를 다시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인사 조치부터 취하는 것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이한 대처는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앙선관위가 이번 사건에 관한 제보를 받은 것이 지난 5월 중순. 검찰에 수사의뢰하기까지 2개월 이상 통화내역이나 금융자료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 신빙성을 검증했다. 제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도 금품전달 일지 등이 적힌 공책 2권 분량의 수첩과 회계장부 등으로 구체적이다. 사안이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박 당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때 불거졌고, 의혹 당사자 두 사람 모두 박근혜 계보다. 특히 현 전 의원은 친박계가 공천 개혁을 하라며 공천심사위에 보낸 실무 책임자였다.

따라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이 침묵하는 것도 옳지 않다. 비록 의혹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총선 지휘 책임과 관련해 유감 표명 정도는 해야 하며,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대국민 사과라도 하는 게 책임있는 모습이다. 총선 당시 깨끗한 공천을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게 박 전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등이 터질 때마다 ‘선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국민 앞에 설 자리마저 잃어버린 현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친박계는 이번 일을 스스로의 도덕성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친박계가 공천을 비롯한 당 운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러 인사로부터 수차례 제기됐다. 이제 겸허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국민 앞에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