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수 이기주의로 변질된 총장 직선제

입력 2012-08-03 18:38

전남대 교수평의회가 찬반투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 고수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지 하루 만인 어제 대학 당국은 이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이 학교 교수평의회 소속 994명의 교수가 참여해 70%가 넘는 지지를 보낸 총장 직선제를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경북대와 부산대는 학칙 개정을 통해 직선제 폐지를 추진해 교수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35개 대학이 총장 직선제 폐지를 확정했으며 고수 입장을 보였던 전남대와 목포대도 사실상 폐지 대열에 합류했다. 문제는 교과부의 차별적 재정지원 정책에 따라 총장 직선제 폐지를 결정한 대학들이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고 이를 관철하느냐에 달려있다.

1987년 학원민주화 이래 전남대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총장 직선제는 처음에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정부 간섭 없이 교수, 교직원, 학생, 동문들의 자율적인 결정으로 대학발전을 이루는 듯했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총장 직선제의 폐해가 불거져 사립대학은 이 제도를 폐지한 지 오래됐다.

무엇보다 직선제 총장은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교수들을 대학의 핵심인 교무처, 학생처, 기획처에 배치한 뒤 독단적인 행정을 펴 조직 내 갈등이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 총장은 재단은 물론 교직원, 학생들과 심하게 다퉈왔다. 국립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총장 선거 때만 되면 교수들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해 정치인 뺨치는 모략과 부정을 자행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교과부가 대학재정지원을 고리로 총장 직선제 폐지를 요구하는 정책을 전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지만 바깥 세계와 담쌓고 자신들의 이익만 고수하려는 대학 교수들도 이제 자세를 바꿔야 한다. 학문연구와 학생지도는 도외시한 채 특정인을 총장으로 밀어 그 자리에 안주하려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갈등과 비효율을 유발하는 총장 직선제를 빨리 없애고 공모제 등 다른 제도로 전환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