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아이들 어디로 갔지?] 동갑내기 용택순·나원석씨 “교회학교 교사 20년 해보니…”
입력 2012-08-03 17:49
‘출애굽기’ 책으로 설명하느니 만화영화 ‘이집트 왕자’가 낫죠
“교회학교 교사로서 가장 감격스러운 건 꼬맹이였던 제자가 자라나 지금은 저와 함께 유년부 교사로 봉사하게 된 모습을 보는 겁니다. 얘는 지금도 저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이젠 회사생활 상담까지 해달라고 합니다.”
서울 정릉동 정릉교회에서 20년간 어린이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한 41세 동갑내기 용택순, 나원석씨는 2일 기자와 만나 “주일학교 학생들이 청년으로 자라 교회에 헌신하게 된 것이 교사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교회학교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을 아쉬워했다. 나눔의 미덕을 얻고 믿음을 통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소양을 키워나가는 공간이 교회학교라는 점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성경 말씀을 차근차근 배움으로써 강건한 믿음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나씨는 “교회 밖에서는 아무래도 경쟁 우위의 학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교회학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를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레 화제는 ‘왜 주일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수가 줄었을까’로 넘어갔다. 이들은 적지 않은 교회에서 청년 크리스천의 수가 줄어든 것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20∼30대 교사 수가 줄어든 만큼 교회학교 교사들의 연령대가 높아져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따라가는 교육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린이들의 취향과 동떨어진 교육이 교회학교 학생 수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씨는 “예전에는 교회학교 교사 10명 중 4명이 청년교사였다면 지금은 2명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용씨는 “정릉교회만 해도 40대인 원석이와 내가 젊은 교사에 끼일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앞으로 교회학교의 부흥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용씨는 “여러가지 방식을 시도해봤는데 어린이들은 시각적인 화려함에 크게 반응하는 거 같다”면서 “출애굽기를 텍스트로 여러 번 설명하기보다는 만화영화 이집트왕자를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경품을 나눠주거나 친구를 전도해오면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끌어 모으는 교회들도 있는데 이런 방식은 신앙의 기본마저 허물어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용씨와 나씨는 어릴 때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고 함께 유년부 교사로 오랫동안 봉사하면서 친분이 깊어졌다. 용씨는 나씨를 비롯한 유년부 교사들과 함께 인형극을 준비했던 때를 떠올렸다. 1998년 교회학교 어린이들에게 직접 만든 인형으로 연극 무대를 꾸몄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후 10년간 성탄절에 서울시내 소아병동을 찾아가 인형극과 마술을 선보인 것. “병원을 찾는 봉사활동은 지금 후배교사들이 이어가고 있어요. 그 다음엔 교회학교 제자들이 이 일을 계속 해 나가겠죠.”
유아용품전문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용씨는 “교회에서 교사로 오래 활동한 것과 회사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어린이들을 자주 접촉하니까 새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때로는 회사일 때문에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도 오랫동안 몸에 배서 그런지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는 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나씨는 “광고인쇄업이 직업이다 보니 일이 좀 바쁠 때는 ‘내년 한 해만 (교회학교 교사를) 그만둬야겠다’ 하다가도 저절로 발걸음이 교회로 향한다”면서 웃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