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 (16)
입력 2012-08-03 14:58
대학 교수와 엿장수 부인
몇 분의 교수님들을 모시고 연수원에서 신앙 토론 모임을 가졌다. 날씨는 더웠지만 신앙 토론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성령 은사에 관한 내용이 주제였다. 나는 60년이 넘도록 교회에 다녔지만 어떤 뜨거운 경험도 하지 못했고, 방언도 하지 못하는 장로교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성령 은사도 사실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자 교수님 한 분이 내게 정색을 했다. 받으신 은사가 그렇게 많은데 왜 그런 망언을 하냐고 항의를 했다. ‘장로님이 축복은 다 받으셨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잘 되는 큰 은사를 받으셨는데 불평을 하시면 되겠느냐’고 질타를 한다. 그건 그렇다. 나는 멀쑥해져서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내가 받은 은사가 많은데 불평한 것이 미안해졌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다 귀국해 한국에서 교수를 하고 계신 분이 신앙 간증을 했다. 미국의 한 주립 대학에 있을 때, 골프를 치다 허리를 다쳐 강의를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통증이 심해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했는데, 병원에 가서도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 부흥회가 있어 참석했는데, 그 때 강사가 엿장수 부인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2년 밖에 다니지 못하고 중퇴한 사람이라기에 왜 강사로 초빙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 강사가 신유의 은사가 있어 모셨다고 한다.
부흥회 첫날부터 반신불수의 미국인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는데, 둘째 날 안수기도를 받고 걸어 다니는 기적을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온 교회가 깜짝 놀라고 시끄러웠다고 한다.
이 교수도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학생 두 명을 데리고 이 강사를 공항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한다. 공항에 도착한 후 자존심을 버리고 안수기도를 부탁했고, 사람 많은 공항 한복판에서 안수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허리의 통증이 완치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이 교수도 새벽 기도에 열심히 나갔고 방언의 은사도 받았는데, 요즘에는 세상일에 몰두하다 보니 그 은사가 시들해졌다고 했다.
하나님이 사람을 쓰시는 것은 학력이나 성별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 쓰신다는 이야기에 모두 엄숙해지고 경건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선교사는 네팔 선교 시 보았던 신유의 은사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네팔에서 한 중풍 환자가 친구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왔는데, 기도 후 즉시 완치되어 온 동네가 예수를 영접했던 이야기였다. 모두가 또 조용해졌다.
장로교인인 나로서도 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믿자니 그렇고 안 믿자니 또 그렇다. 그러나 그 신유에 대해 어쩐 일인지 모두 공감이 되고 믿음이 가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지금 이 순간도 역사하고 계시다는 확신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로교 신학자들에게 방언, 신유는 별로 반기지 않는 단어들이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사도행전에서 끝이 났고 지금은 거론치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어제도 역사하신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 계셔 계속 이적과 신유의 은사를 우리에게 주고 계시다는 선교사님의 말씀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죽으신 어제의 하나님으로 만들지 말라고 항의하는 선교사의 강변도 와 닿는 면이 크게 느껴진다.
밤은 점점 깊어갔지만, 대화는 더욱 뜨겁게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진지한 대화는 계속됐다. 한 여름 밤의 신앙 대화는 우리를 뜨겁게 한다. 이것이 바로 사는 재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신앙 벗들과 함께 무더운 여름밤을 가슴 뛰는 신앙 간증으로 식혀볼 수 있는 행복을 모두 가져 보시길 바란다. 정치 이야기보다 훨씬 즐겁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