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름값 한 기보배… 하늘도 그녀 편이었다

입력 2012-08-03 01:18

하늘도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의 편이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기보배는 1세트에서 세 발을 9점에 쏘며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하지만 아이다 로만(멕시코)도 강했다. 로만은 첫 두 발을 10점과 9점을 쏘았다. 8점 이상만 쏴도 동점으로 세트 점수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발을 쏘는 순간 강풍이 불었다. 결국 로만이 6점에 그침에 따라 기보배는 세트점수 2-0으로 앞서갔다. 처음으로 세트제가 도입된 이번 대회에서는 총 5세트로 나눠 세트마다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패하면 0점을 부여한다. 2세트에서는 기보배가 9점 두 발과 8점 한 발을 쏴 로만과 26-26으로 비겨 세트 점수 3-1로 앞섰다.

3세트 들어 로만의 반격이 시작됐다. 기보배가 8점, 9점, 9점을 쏜 반면 로만은 10점 두 발에 9점을 곁들여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자 기보배도 이에 질세라 재반격에 나섰다. 기보배는 4세트에서 화살 세 발을 모두 10점에 명중하는 ‘올10’을 기록하며 22점에 그친 로만을 다시 5-3으로 앞섰다.

마지막 5세트는 기보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비기기만 해도 금메달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보배와 로만은 나란히 9점 두 발씩을 쏘았다. 로만이 먼저 시위를 당겨 9점을 명중시킨 반면 기보배의 마지막 화살은 8점에 꽂혀 결국 5-5 동점으로 본 경기를 마쳤다. 결국 금메달을 놓고 화살 한 발을 쏘아 점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연장전(슛오프)이 시작됐다. 기보배가 먼저 날린 화살은 8점에 꽂혔다. 그 순간 기보배는 백웅기 여자 대표팀 감독의 품에 안겨 망연자실했다. 그런데 마지막 화살을 쏘는 로만의 과녁 응시시간이 길어졌다. 결국 4초를 남기고 쏜 로만의 화살은 과녁 중심에서 더 먼 거리에 있는 8점 구역을 맞췄고 기보배는 환호했다.

안양 서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활을 잡은 기보배는 대표팀의 막내임에도 ‘평정심’을 인정받아 지난달 29일 단체전에서 마무리 궁사로 나와 여자 양궁 올림픽 7연패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개인전에서도 2004년 아테네대회 이후 8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다시 가져오며 진정한 한국의 ‘보배’가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