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5분… 정부청사 사무실 ‘더위와의 전쟁’
입력 2012-08-02 19:24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땀이 흘렀다.
2일 오후 3시25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3층 행정안전부 지방세운영과 사무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날의 바깥 최고기온은 35도를 가리켰다. 그 시각 지방세운영과 사무실은 36도를 넘어섰다.
실내 온도가 바깥 기온보다 올라간 건 정부의 ‘하계 피크시간 일일 1시간45분간 냉방기 순차운휴’ 방침에 따라 냉방이 중지됐기 때문이다.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타임에 세 차례(오후 2시∼2시45분, 오후 3시∼3시30분, 4시∼4시30분) 냉방기를 중단시키다보니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는 비지땀이 온 몸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선풍기와 부채를 총동원해도 열기를 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5월 16일 국무총리의 ‘공공기관 2012년 하계 전력수습 및 에너지 절약’ 발표 직후 전국의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년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무실 온도를 28도로 유지하긴 했지만 올해는 예비전력률 확보를 위해 정부부처 사무실의 냉방기를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표된 지난달 30일부터는 “‘멘붕’(멘탈 붕괴) 단계가 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늘었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기 위해 목에 얼음찜질팩을 두르는 이들도 있고, 미니선풍기를 집에서 가져오는 이들도 있다. 냉장고의 얼음은 얼려 놓기 바쁘게 없어진다. 장관실 등 고위직 사무실도 덥긴 마찬가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정부중앙청사 사무실을 방문해 공무원들의 폭염 근무를 체험하는 동안 오전은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햇볕이 강하게 드는 서향 사무실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도가니 같았다. 금방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내의는 땀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었다. 창문을 열면 더운 바람이 들어왔다. 밀폐식 건물인 경기도 성남·용인시 청사 같은 경우는 더 혹독하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보안을 위한 1인 2대 컴퓨터 사용이 사무실 내 열섬현상을 부추긴다고 했다.
정부중앙청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국가 차원의 절전 노력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무실 폭염을 피해 휴가를 집중적으로 쓰는 직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 시책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에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애꿎은 정부청사관리소 직원들에게 하소연이 쏟아지기도 했다.
기자에게 하루 이틀 더 폭염 근무를 체험하라고 하면 손들고 나올 것 같았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