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첫 출전서 金…무명과 막내의 반란

입력 2012-08-03 01:11

플뢰레 검 대신 사브르 검으로 세계의 허를 찌른 김지연(24·펜싱). 소총을 버리고 권총으로 ‘금빛 총성’을 울린 김장미(20·사격). 81㎏급에서 90㎏급으로 체급을 올려 금메달을 메친 송대남(33·유도).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 길은 내가 개척한다!” 글로벌 마인드와 미래 지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G세대(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푸른색을 뜻하는 그린(Green)의 첫 문자에서 따온 조어)의 당찬 선택은 통했고, ‘무명 베테랑’의 승부수도 결국 적중했다. 올림픽 첫 출전에 금메달까지 따낸 이들의 유쾌한 반란을 지켜본 국민들은 즐겁기만 하다. 변신은 무죄다.

◇플뢰레에서 사브르로=김지연은 1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승리해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놀란 것이다. 본격적인 국가대표로 뛴 지 이제 1년. 올림픽에 처음으로 나선 ‘애송이 미녀 검객’ 김지연이 겁 없이 휘두르는 검에 세계의 강호들이 잇따라 고꾸라졌다. 중학생 시절부터 김지연을 지도한 이수근 익산시청 펜싱팀 코치는 “(김)지연이는 발이 엄청 빠르고 성격도 다혈질이라 베고 찌르는 사브르 종목이 딱이다”며 “내 권유를 무시하고 종목을 바꾸지 않았으면 그저 그런 플뢰레(찌르기만 하는 종목)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총에서 권총으로=덧니 때문에 권총으로 바꿨다니, 이건 무슨 소리? 여자 25m 권총 금메달을 딴 김장미는 “덧니 때문에 소총 자세가 어그러지면서 점점 기록이 떨어지니 재미가 없었다”며 “코치님의 권유로 권총을 잡았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아예 종목을 바꿔 버렸다”고 밝혔다.

사격 대표팀 막내 김장미는 권총으로 바꾼 지 2년 만인 2009년 유스 아시안게임 10m 공기권총에 출전해 우승한 이후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마침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결과적으로 종목을 바꾼 것이 김장미의 인생도 바꿔 놨다. 김장미는 우승 후 “이제 그동안 못했던 인터뷰도 하고 주목받아서 좋다. 그런데 너무 요청이 많이 들어와 다 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유명세를 즐겼다.

◇81㎏급에서 90㎏급으로=송대남의 원래 체급은 81㎏급이었다. 81㎏급 국내 최강자였던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체급을 올려 등장한 후배 김재범에게 밀려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방황하던 그에게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나도 체급을 올리자!’ 일각에서 김재범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송대남은 무시해 버렸다. 그에게 그건 ‘꼼수’가 아니라 ‘변신’이었다. 그리고 그 변신은 무명 반란을 일으키며 마침내 런던에서 금메달로 이어졌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