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高차원 金장미… ‘4차원 소녀’ 별명 “저도 진지할 땐 진지해요”

입력 2012-08-02 22:14


런던에서 또다시 ‘4차원 소녀’가 탄생했다.

1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25m 여자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는 ‘사고’를 친 김장미(20·부산시청)는 시상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엉뚱하고도 독특한 언변을 과시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수영의 정다래(21·수원시청) 이후 또 다른 ‘4차원 소녀’의 등장이었다.

김장미는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딴 소감을 묻자 생뚱맞게도 “머리 자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별다른 징크스가 있었던 게 아니라 예쁘게 새로 머리를 하고 올림픽 시상대에 서려고 선수촌 내 미용실에 예약을 했는데 약속된 시간에 늦어서 못했다는 것이었다.

결선 마지막 다섯 발을 남기고 0.8점 뒤지던 상황에서 만점인 10.9점을 쏜 비결에 대해서도 예상 밖의 대답이 쏟아졌다. 김장미는 “연습 때 가끔 쏘는데 실전에서는 쏴봤던가…. 잘 기억이 안 나요. 쏘고 싶다고 쏠 수 있는 게 아니라 운인데 금메달 따려고 나왔나봐요”라고 답했다.

우승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엉뚱하고도 당찬 대답이 쏟아졌다. 바로 “다 같이 회식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다’는 취재진의 말에도 “에이, 금메달도 땄는데 괜찮아요. 제가 쏠 거예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장미는 대표팀에서 ‘4차원 소녀’로 통한다. 이에 대한 대답에도 김장미는 4차원다운 말을 했다. “저 4차원 소녀 아닌데…. 저도 진지할 땐 진지해요”였다.

4월 프레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우유 광고에 나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올림픽 이후로 미뤘던 김장미는 이번에 새로 CF 모델 제의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개그 유행어를 빌려와 머리까지 숙이며 “어이구, CF 들어오면 감사합니다” 하고 쇼맨십을 발휘했다.

김장미는 또 어릴 적 장래희망인 경호원이나 군인의 길을 아직 꿈꾸느냐는 질문에는 씩 웃으며 “금메달 땄잖아요. 사격 계속해야죠” 하고 웃었다. 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다음 목표”라며 “저희 집 옆에서 해요”라고 덧붙여 또다시 웃음을 안겼다. 김장미는 인천이 고향이다.

‘4차원’다운 대답을 쏟아냈지만 자신이 “진지할 땐 진지하다”고 말한 것처럼 올림픽 2연패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김장미는 “이번 올림픽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며 “이런 경기도 있구나, 내가 긴장도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김장미는 끝으로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진종오 선배처럼 나도 4년 후에 브라질에서 또 한번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장미는 또 자신의 마지막 꿈이 ‘고아원 설립’이라고 말해 인터넷에서 ‘개념녀’로도 등장했다. 김장미는 인천예일고 1학년 때 연령대별로 인생설계를 작성하라는 과제를 받고, “51세에 고아원을 설립하고, 54∼80세에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며 주식·펀드를 공부시킨 뒤 그중 믿음직한 아이 한 명을 선발해 고아원을 인수인계해준다”고 적었다. 마지막 81세에는 “자다가 편하게 죽음. 남은 재산은 고아원에 기부”라고도 썼다.

사격 대표팀 막내인 김장미는 25m 권총 결선에서 201.4점을 쏴 본선 591점(올림픽신기록)과 합쳐 총 792.4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