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헌금 파문] 현영희 돈 건넨 뒤 비례대표 당선… 금액 훨씬 커질수도
입력 2012-08-02 22:2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4·11 총선 당시 지역구 공천(부산 중동구)에서 탈락하자 당내 유력인사들에게 수억원대 공천헌금을 뿌려 비례대표 23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는 25번까지 당선됐다.
◇공천헌금 3억원 넘을 수도=선관위가 2일 밝힌 바에 따르면 현 의원은 공천 탈락이 확정된 지난 3월 최소 두 차례에 걸쳐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에게 각각 3억원과 2000만원을 건넸다. 현 전 의원은 당시 공천심사위원이었고, 홍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당 대표직을 사퇴한 뒤였다. 공천헌금은 홍 전 대표의 측근인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을 통해 현 전 의원과 홍 전 대표에게 전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 수사권에는 한계가 있다.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공천헌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통일당 김영주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50억원 차입금 제공을 약속했다는 의혹에 비춰 현 의원이 건넨 돈도 상당한 거액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선관위 “두 달간 검증했다”=선관위는 현 의원의 행위가 명백한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술이 구체적이고 혐의가 확실한’ 현 의원을 지난달 30일 검찰에 고발하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현 전 의원, 홍 전 대표, 조 전 위원장 등은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선관위는 이날 발표 전까지 관련 당사자들에게 사전 통보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친박근혜계 핵심 전·현직 국회의원 두 명과 당 대표를 지낸 여당 중진이 연루된 초대형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에게 미리 움직일 틈을 주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관계자는 “5월 중순 최초 제보가 접수돼 두 달간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했다. 금품수수 일시와 장소, 통화내역 등이 일치했고, 일부 금융자료도 검토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보자가 금품 전달일지 등이 적힌 수첩을 선관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헌금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달됐는지 특정할 근거가 확보됐다는 의미다. 선관위는 또 선거범죄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돼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현 의원은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허위 회계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원봉사자와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선관위는 현 의원 측이 지난 3월 당내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해 검찰에 넘긴 상태다. 선관위는 선진통일당 회계책임자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도 검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