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끼리… 저소득층끼리… 美, 주거지역 분리 확산

입력 2012-08-02 18:57

미국 사회에서 지난 30년 동안 부자는 부자끼리, 저소득층은 저소득층끼리 모여 사는 경향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주거 지역의 양극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부자 동네에 사는 고소득층 비율은 18%로 1980년 당시 9%보다 배 증가했다. 가난한 동네에 사는 저소득층 비율도 30년 전 23%에서 28%로 늘어났다. 미국 30개 대도시 권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개 대도시에서 이 같은 분리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연소득 3만4000달러(약 3846만원) 미만은 저소득층으로, 10만4000달러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했다.

소득에 따른 주거 분리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텍사스주의 휴스턴, 댈러스 등 남서부 대도시들이었다. 특히 이 도시들은 부자 동네에 사는 4가구 중 1가구가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고소득층 밀집 비율에서 최상위를 기록했다. 저소득층 밀집 비율이 가장 높은 대도시는 뉴욕(41%)과 필라델피아(38%)였다. 최근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총기난사가 벌어진 오로라시가 있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도 계층 간 주거 분리 현상이 두드러졌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폴 테일러 부센터장은 남서부의 주거지역 양극화에 대해 “선벨트(Sun Belt) 에 고소득 은퇴자들이 대거 몰리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저숙련 이주노동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벨트는 미국 내 위도 37도 이남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기후가 온화하고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이 발달해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 양극화가 깊어질 경우 지역사회를 지탱해 온 나눔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션 리어든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자들이 다른 모든 계층과 분리돼 살아간다면 지역의 학교나 공원, 사회서비스에 대한 모금활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