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걱정하는 매파 목청탓인가…美 FOMC 추가부양책 없었다

입력 2012-08-03 01:25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정책금리를 현재의 연 0~0.25%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실업률과 물가가 ‘이중의 의무(dual mandate)’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중의 의무란 인플레이션은 막고 실업률은 낮춰야 하는 연준에 지워진 상반된 두 개의 목적을 말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속에는 두 마리 새가 살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는 매와 실업률을 걱정하는 비둘기다. 이번 FOMC에서는 매가 날아올랐다. 시장이 기대했던 3차 양적완화(QE3) 등 특단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비둘기가 날개를 편 때도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버냉키 의장은 1조 달러 이상의 채권을 사들이고 금리를 낮췄다. 1923년 연준 설립 이후 처음 시도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었다. 매와 비둘기 사이를 신중하게 오가는 버냉키 의장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1일 ‘다루기 힘든 혁명가’라고 부르면서 “지금은 2단계 조치를 암중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연준 내 매파인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지역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 시기를 못 박는 데 반대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가 곧 온다는 주장이다. 비둘기파인 시카고연준 찰스 에번스 총재는 “성장을 위해 물가 상승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1.5%로 1분기(2%)보다 낮아졌다. 실업률은 8% 수준에서 들쭉날쭉하고 금리는 이미 최저 수준이다. 섣불리 QE3를 내놓으면 다른 카드가 없다. 다음 달 12~13일로 예정된 차기 FOMC에서는 비둘기와 매, 어느 새를 날려 보낼 것인지 버냉키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대서양 건너편 유럽중앙은행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2일 금융통화정책 회의 뒤 “공개시장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비둘기 떼를 날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정부에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국채를 사들이라고 적극 권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