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겨냥 ‘空海전투’ 구체화… 전쟁상황때 공·해군 신속동원 中 미사일망 타격

입력 2012-08-02 18:57


미국 하원 국방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재배치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유명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표적 학자 2명과 국방부의 차관급 인사 2명이 출석해 2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앤드루 마셜과 CSBA=하지만 미군 재배치를 준비해 온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미 국방부에 40년째 근무하는 91세의 미래학자 앤드루 마셜과 전략예산평가연구소(CSBA). 이들이 지난 20년간 구상해 온 ‘공해전투(Air-Sea Battle)’ 개념이 미군 재배치의 실질적인 주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보도했다.

공해전투는 중국과 미국의 전쟁을 가정한다. 미국이 전쟁 초기 승기를 잡기 위해 공군과 해군 전력을 신속히 동원해 중국의 레이더·미사일망에 타격을 가하는 게 공해전투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작전 계획에 따라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군 병력과 기지를 전면 재배치하고 있다.

마셜은 냉전시대 핵전쟁 전략을 연구했다. 1980년대 군사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재래식 탄도만으로도 신속하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지자 마셜은 이를 ‘소규모 핵무기에 맞먹는 군사력의 혁명’이라 칭했다. 근접 전투 없이 원거리 포격으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전 마셜의 지시로 처음 ‘군사력 혁명’ 보고서를 썼던 비서관이 CSBA의 대표인 앤드루 크레피네비치다. 마셜은 매년 1300만∼1900만 달러의 예산을 연구비로 쓴다. CSBA가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간다. 크레피네비치의 연봉은 86만500달러(약 9억원)다.

◇중·미 워게임=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독한 백병전이 벌어지면서 마셜의 군사 혁명 개념은 잊혀지는 듯했다. 이때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인 라이벌로 등장했다. 중국 국방비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까지 늘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우방국과 충돌하고 있다.

CSBA는 지난 15년간 24차례 중국과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은 순항미사일로 미국의 항공모함과 공군기지를 파괴한다. 미국은 재래식 전력으로 중국 본토에 반격을 가해 미사일과 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공해전투 개념을 적용하면 달라진다. 스텔스 폭격기와 원자력 잠수함이 중국의 숨겨진 레이더기지와 내륙 깊숙이 위치한 미사일기지를 정밀 폭격한다. 중국 인민군은 눈과 손이 묶이는 셈. 그 뒤 미 해군과 공군의 대규모 공격이 이어진다.

중국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CSIS의 한 토론회에서 중국 인민군의 판가오위 대령은 “미국이 공해전투 개념을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반(反)공해전 개념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이미 군사정보 교류의 단절과 이로 인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공해전투의 맹점은 전쟁을 치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 시장에 막대한 수출을 하고 있고 미국 국채 1조6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브루킹스의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어떤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겠느냐”라며 “완전 사기”라고 말했다. 국방부 내에서도 “평화 시기에 공해전투를 대비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고, 중국과 충돌 상황에서 실행된다 해도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40년간 국방부에 근무해 온 마셜의 인맥이 의회·싱크탱크·행정부에 뿌리내리고 있어서 공해전투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