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스마트폰 없는 사람

입력 2012-08-02 18:42


언젠가 길을 가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여학생이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다가 급히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면서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툭하고 튀어나갔다. 그 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 휴대전화를 황급히 집었다. 지나가던 분이 “아유, 놀라라. 휴대전화가 그렇게도 중요한가?”라고 물으니 그 여학생은 “그럼요. 제 생명인데요” 하는 것이었다. 휴대전화가 아이들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대세다. 스마트폰을 산 사람이 3000만명을 넘었다니 유아와 노인층 빼고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명색이 대표라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어느새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스마트폰 없는 사람이 소외계층 취급을 받는 나라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런저런 메일 들어오는 것도 다 읽지 못하고,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하는 것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데 손에까지 들고 다니면 얼마나 분주하고 산만한 생활이 될까 우려되어 꺼리는데, 이젠 대세에 밀려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무색해진다.

억지로 조금 더 버티는 형국이다. 난 이런 것이 불만이다. 왜 이것을 쓰는 삶과 안 쓰는 삶의 차이를 고민할 여유를 안 주고 무조건 안 쓰면 뒤처지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가 말이다.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처럼 좀 단순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장단점을 따져보는 것이다. 삶의 철학에 따라 장점보다 문제점을 더 크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얼마 전 TV에서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봤다. 게임중독보다 훨씬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조명하는데, 많이 우려되는 내용이었다. 외국인에게 ‘이해 안 되는 한국인’을 설문조사했더니 1위가 카페에 친구들이 앉아 대화 없이 서로 휴대전화를 보는 모습이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어 아기들도 들여다보며 까르르 웃는다. 그런 아기들이 자라는 동안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건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넘치는 정보와 단편적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스마트해질까. 종이책에 대한 애정이 깊고 출판 사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