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장지영] 양성평등 올림픽과 군 가산점제
입력 2012-08-02 18:41
런던올림픽은 양성평등을 완성한 첫 번째 올림픽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복싱이 정식 여자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종목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출전하게 됐으며, 카타르·브루나이와 함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금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도 여성 선수를 파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양성평등을 완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런던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302개지만 남성 몫이 162개로 여성 134개보다 28개나 많다.
남녀 구분이 없는 승마(6개)는 논외로 하고 이런 남녀 차이는 세부 종목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도는 남녀 체급이 7개로 같지만 이번에 문호를 개방한 복싱의 경우 남자는 10개인 데 비해 여자는 3개에 불과하다. 이외에 레슬링이나 카누 등의 종목은 여전히 남녀 간 메달 수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세계 스포츠계가 양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사이클 종목의 남녀 메달 수를 같게 조정하도록 요청받은 국제사이클연맹은 남자 7개, 여자 3개였던 것을 이번 대회부터 5개씩으로 똑같이 조정했다. IOC는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유도 선수가 히잡 때문에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국제유도연맹을 설득해 스포츠용으로 특별히 만든 히잡을 허락하도록 했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만인의 권리인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알려진 스포츠계에서 양성평등이 빠르게 진전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되는 현상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병무당국이 군 복무자가 공무원 채용 시험 등에 응시할 경우 일정 점수를 얹어주는 군 가산점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961년에 도입된 군 가산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여성과 장애인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미 위헌 결정을 내려 폐지됐다. 하지만 병무당국은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병역기피의 증가를 막는다는 이유로 틈만 나면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병무당국이 최근 마련한 안은 과거 5%였던 가산점을 2.5% 내로 줄이고 전체 선발 예정자 가운데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발표한 ‘군 복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에서 새로운 가산점제를 적용할 경우 남녀의 합격 비율이 최대 20%까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매년 군에서 제대하는 25만명 가운데 가산점의 수혜를 받는 대상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병역기피는 주로 권력층과 부유층에 의한 것으로 군 가산점제와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무당국은 군 가산점제 논란으로 남녀 간 소모적인 싸움을 일으키는 대신 군 복무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산 한 푼 마련하지 않고 생색만 내는 가산점제가 아니라 급여 인상이나 학자금 지원, 국민연금 부담, 취업교육 확대 등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군 가산점제는 그렇지 않아도 뒤떨어진 한국의 양성평등을 더 후퇴시키는 것이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