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깡통 아파트·상가’ 출구전략 필요하다
입력 2012-08-02 18:39
주택경기 침체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아파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오르고 있다. 무리하여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가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부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하우스푸어’ 상황이 당사자만의 고통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제 금융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LTV 초과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1조4000억원에서 올 3월 말 44조원(주택담보대출 총액의 14.6%)으로 급증했다. 담보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국민은행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경기 서부·동남부지역은 최근 5년 새 집값이 약 15% 떨어졌다.
문제는 대출 상환 만기 때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는 사례가 늘면 주택 매물이 쏟아질 것이고 이어 집값이 추가 하락해 LTV 초과대출 잔액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가계 부실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단초가 될 뿐 아니라 멀리는 금융권의 대출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주택담보 대출자의 상환부담 완화방안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만기가 돌아와 대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집값 하락으로 LTV를 맞추기 위해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액 일부에 대해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못 된다. LTV 비율은 맞추겠지만 대출자는 동일인이기 때문에 대출금 회수의 불안정성은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은 지금까지도 높은 금융비용에 허덕였는데 여기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통상 신용대출금리는 담보대출금리보다 2∼3% 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문제도 심각하다.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만 해도 1%를 밑돌았으나 지난 5월 현재 1.44%로 급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매처분을 해도 빚을 갚기 힘든 담보대출 비중이 25.6%(12조7000억원)에 이른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깡통아파트, 깡통상가가 불거지고 있는 까닭이야 경기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지만 피해를 최소화하자면 금융권과 주택·상가 담보대출자들, 즉 당사자들 스스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상환절차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일시상환을 가급적 장기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등 적절한 상환계획을 마련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권이 대출금리를 낮춰서 대출자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