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아름이 사건’ 등 잇단 초등생 대상 성범죄에… 위축되는 아동 사역자들

입력 2012-08-02 18:22


무심코 “○○야 사랑한다” 했다가 아이들로부터 “변태” 소리 듣기도

경남 통영 초등학생 피살과 조두순·김수철 사건 등 어린이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일학교 교사나 목회자들의 어린이 사역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해나 불쾌감을 살 수 있는 과도한 표현, 스킨십은 주의하되 어린이와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친밀감 표시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중형 교회에서 20여년간 초등부 교사 활동을 해 온 A집사(41)는 2∼3년 전부터 학부모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남교사에 대한 여아 학부모의 우려가 직간접적으로 전달되는데다 사회적 분위기가 험악하기 때문이다. A집사는 “지난 여름성경학교에서는 1∼2학년 아이들도 남아와 여아의 숙소를 분리하고 여아 숙소에 남교사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있었다”며 “이제는 공개된 예배실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사역 중인 B목사(43)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B목사는 무심코 ‘OO야, 사랑한다’고 말했다가 아이들로부터 ‘변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OO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라고 바꿔 말하고 있다. B목사는 “대상 아동 대부분이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이라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매우 조심스럽다”며 “반갑다, 고맙다며 달려드는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 놓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분위기를 지나치게 의식해 어린이에 대한 친밀감 표현을 무조건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어린이와 충분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상식 수준의 스킨십은 친밀감 형성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조연순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싫다고 느끼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아이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은 교육을 충분히 받은 상황에서 어린이가 거부 의사를 표하지 않는다면 팔이나 손목 등 일상적 접촉까지 모두 차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단, 아이가 거부하면 부모라 해도 절대 강제적인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혜정 총신대 아동학과 교수는 분명한 원칙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도자와 아동의 친밀감 형성에 진심어린 스킨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다만 머리 쓰다듬기나 등 두드리기 등 보편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장소’에서 ‘학습 대상자 전원’에게 ‘같은 방식’으로 스킨십을 하는 등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아동의 성장 시기에 맞는 표현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