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물고 물린’ 송대남·김재범·왕기춘·이원희
입력 2012-08-02 22:16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남자 유도의 송대남(33), 김재범(27), 왕기춘(24)과 왕년의 유도 스타 이원희(31)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도 81㎏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재범의 체급은 2007년까지는 73㎏급이었다. 김재범은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이원희의 훈련 파트너였다. 당시 몇몇 대회에선 이원희를 꺾기도 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은 당대 최강 선수인 이원희에게 돌아갔다. 얼마 후 그에게는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후배 왕기춘이다.
73㎏급에서 이원희와 왕기춘에 밀려 3인자로 떨어진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체급을 81㎏급으로 올리는 도박을 걸었다. 유도에서는 체급을 올려 성공할 확률이 2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대표선발전을 통과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10년 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원희에 이어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런데 김재범의 뒤에는 비운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지난 1일 90㎏급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이다. 2008년 81㎏급 국내 최강이었던 그는 베이징올림픽 티켓이 그의 몫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후배 김재범에게 밀려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이후 은퇴까지 생각했던 그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김재범처럼 체급을 올렸고,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따냈다.
73㎏의 터줏대감인 이원희는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 체급의 또 다른 강자 왕기춘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