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 송대남, 대표 선발 번번이 낙마… 늦깎이 출전 恨을 메쳤다
입력 2012-08-02 18:41
노장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 출전은 금빛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유도에서는 환갑에 속하는 33세의 송대남은 1일(현지시간) 남자 유도 90㎏급 결승에서 아슬레이 곤살레스(22·쿠바)를 연장 승부 끝에 절반승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일 남자 81㎏급 김재범에 이은 대회 두 번째 유도 금메달이다.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정훈 대표팀 감독을 얼싸안은 송대남의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쉼 없이 떨어졌다. 기뻐하실 부모님과 마음 졸였을 아내 그리고 태어난 지 세 달된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눈앞에는 20여년의 유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그는 20대까지 국내에서 줄곧 1등만 달렸다. 81㎏급 최강이었던 그에게 시련이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대표 선발전에서 권영우에게 덜미를 잡혀 첫 올림픽 진출의 꿈이 무산돼 버렸다. 또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73㎏급에서 체급을 올린 김재범에게 밀리는 바람에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당시 어버이날 열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부모님 앞에서 패배한 아픔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충격으로 그는 6개월간 매트를 떠났다. 은퇴하려고 생각했지만 유도만 바라보고 살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 억울했다. 다시 도복을 입은 그는 2009년 파리 그랜드슬램 국제대회 81㎏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부활했다. 하지만 이듬해 무릎 수술로 또다시 고비를 맞았다. 재활을 마친 그는 중대 결심을 했다. 김재범처럼 체급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정훈 감독 등 몇 명을 제외하곤 29세였던 그의 늦은 도전을 우려했지만 올림픽에 대한 그의 열망을 꺾을 수 없었다.
체급을 올린 그는 살을 찌우기 위해 먹고 또 먹었다. 점심때에만 스테이크 13장을 먹는가 하면 햄버거와 라면 같은 간식도 미친 듯이 먹었다. 그가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는 무려 2만㎉. 일반인의 하루평균 칼로리 섭취량이 2000∼2500㎉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한다. 미친 듯이 먹은 뒤엔 근육을 만들기 위해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훈련에 몰두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송대남은 한풀이하듯 상대 선수들을 꺾었다. 8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1위 니시야마 마사시(일본)도, 준결승에서 만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티아고 카밀로(브라질)도 그의 주특기인 업어치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곤살레스를 쉼 없이 몰아붙이던 그는 연장전 시작과 동시에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안뒤축걸기 기술을 걸었다. 곤살레스가 넘어졌고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나긴 무명 생활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