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물닭의 책’ 윤후명 시인·‘그립다는 말의 긴 팔’ 문인수 시인… 극서정시 깃발 든 중진 듀엣
입력 2012-08-02 18:22
윤후명(66) 문인수(67) 두 중진시인이 각각 시집 ‘쇠물닭의 책’과 ‘그립다는 말의 긴 팔’을 펴내며 극서정시를 표방하고 있는 서정시학 서정시선에 합류했다.
“말하지 않고 많이 말하기가 시의 본질이지요. 개인적으로 그동안 시의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써왔는데 할 말을 길게 썼을 때보다 짧게 쓰고 많이 말했다 싶을 때 훨씬 기쁘더군요. 시는 역시 짧아야 제맛, 제격인 것 같습니다.”(문인수)
“열 몇 행 정도의 분량이 무언가를 시로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산문시를 한두 편 끼워 넣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주류처럼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윤후명)
특히 문 시인은 “말조심할 데가 아무데도 없는 요즘 현실에서 말을 아끼는 방법으로 시가 유일한 장르가 아니겠냐”며 “말을 아끼자면 시작법상의 어려움은 가중되지만 그 어려움이 창작의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내미네./ 그러나 다만 바람 아래 바람 아래 물결,/ 그립다는 말은 만 리 밖 그 강물에 끝없네.”(‘그립다는 말의 긴 팔’ 부분)
그동안 시 쓰기보다 소설 쓰기에 더 몰두해온 윤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20년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20년 만에 시 동네에 나타나 왔다갔다하니까 재밌네요. 부담이 덜 하기도 한 것 같고요. 시와 산문이 점점 더 별개가 되어가고 있는데 사실 원류는 같습니다. 시에도 약간의 서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소설에도 시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합니다.”
“소설가 Y씨는 예전에 시를 썼다고 한다/ 요즘은 안 쓰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를 알고 있다/ 꽃을 가꿔 식물학자 흉내도 내고/ 술을 마셔 고래 흉내도 내며/ 세상을 거꾸로 보려 하지만/ 사랑이 그를 가로막는다”(‘쇠물닭의 책’ 중 ‘소설가 Y씨의 하루’ 부분)
윤 시인은 요즘 젊은 시인들이 ‘소통 불능’이라는 지적을 받는 데 대해 “이들에겐 자기를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언어를 학대하는 게 되고 만다”며 “실은 자기 자신들도 괴로울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두 시인을 비롯해 이번에 첫 시집 ‘케냐의 장미’를 낸 한영수 시인과 최동호 서정시학 주간도 함께 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