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집은 속이 텅 비어야해 그래야 쉴 수 있겠지? 무위사상은 이런 거야!

입력 2012-08-02 18:20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글·그림 정현주/학고재

동양인들의 철학관과 자연관을 담은 지혜의 책으로 불리는 노자(老子).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유아에게 심오한 노자 사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노자의 오천 마디 지혜의 말을 유아의 수준에서 보여주는 그림책이 나왔다.

아이디어는 적확하면서도 따뜻하다. 아빠와 딸들이 함께 만든 개집, 그 아늑한 빈 공간에 쏘옥 들어가는 개의 뒷모습을 통해 ‘그릇’이 비어 있을 때 비로소 쓰일 수 있다는 ‘제11장 당기무 유기지용(當其無 有器之用)편’을 설명했다. 따뜻한 남쪽 나라를 향해 떠나가는 철새들에게 목을 길게 빼고 인사를 개의 모습. 내년을 기약하는 기다림의 몸짓에서 모든 것은 반복되고 돌아간다는 순환의 이치를 담은 ‘제40장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편’의 진리가 전해진다.

글을 몰라도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내용을 들으며 그림만 보더라도 노자의 진리는 다가온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노자의 핵심인 무위자연의 철학을 사계절의 변화와 성장하는 세 자매의 모습을 통해 형상화했다. 삼베 바탕에 헌 옷가지를 덧대고 수를 놓아서 만든 그림책이다. 투박한 질감이 무더운 여름날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