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증손녀가 찾은 詩人 소월의 발자취… ‘소월의 딸들’ 펴낸 CCM가수 김상은씨
입력 2012-08-01 10:37
“저는 소월의 맏딸의 맏딸의 맏딸입니다. 소월을 사랑하는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저는 오늘도 무대에 섭니다.”
소월 김정식(1902∼1934)의 맏딸인 구생(龜生)씨의 장녀 최정자(70·서울)씨의 맏딸인 CCM 가수 김상은(36)씨가 외증조부 소월의 일대기를 복원한 ‘소월의 딸들’(코리아닷컴)을 냈다.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그동안 소월의 외증손녀라는 말을 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살아오면서 아무도 내게 할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묻지 않았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얘기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제가 성악가로 무대에 서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렀을 때 관객들은 저를 향해 따뜻한 박수와 시선을 보내주었지요. 그것은 관객들이 소월을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2004년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CCM 가수 겸 대한여성기독교절제회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월의 외증손녀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2005년 그의 집에 피아노 조율을 하러 왔던 선배 조율사가 “다음엔 ‘소월아트홀’에 있는 피아노를 조율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선배, 내가 김소월의 외증손녀라는 거 알아요?”라고 응수하면서 그와 소월의 관계가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귀국하자마자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요양원과 종합병원을 찾아다니며 위로의 찬양을 부르던 그는 그로부터 2년 뒤, 그 선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서울 왕십리에 있는 ‘소월아트홀’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제안이었다.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었고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기획을 담당하던 분이 말하기를 아트홀은 원래 아이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굉장히 시끄러운데 아이들을 포함해 관중이 이렇게 조용하게 몰입한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가수 김상은이 아니라 소월의 증손녀로 더 깊이 각인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소월에 대해 아는 게 없던 그는 소월의 자취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소월에게는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어요. 딸인 구생과 구원, 아들인 준호 은호 낙호 정호가 그분들이지요. 이 가운데 6·25전쟁 때 남으로 내려온 가족은 구생 할머니와 반공포로로 내려온 여섯째 막내아들 정호 할아버지뿐이에요. 장남인 준호 할아버지는 평양에서 목수로 영화제작 일을 하셨고 은호 할아버지는 김일성대학을 나와 공무원으로 계셨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었지요.”
이후 지난해 가을 미국에 살고 있는 소월의 다른 혈육과도 상봉했다. 소월의 여동생인 김인저 할머니는 1992년 사망했지만 그의 아들인 박병화 할아버지가 김씨를 맞아주었다. 이어 ‘소월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음반도 냈다. 소월의 시 중에서 ‘못잊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씨는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생명력, 그리고 긍정적 영향력이 소월 시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