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뱉는 10대 훈계하던 30대 아빠 아들 앞에서 폭행당해… 6일뒤 숨져
입력 2012-08-01 22:30
길에서 10대 청소년을 훈계하던 중 폭행당한 30대 가장이 6일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사건 발생 당시 그의 6세 아들이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도 수원서부경찰서는 1일 김모(39)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고교생 김모(16)군을 상해치사 혐의로, 김씨와 몸싸움을 벌인 신모(20)씨를 폭행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31일 상해치사 혐의로 김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고, 학생인 점을 감안해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지난 21일 0시10분쯤 수원시 서둔동의 편의점에 들렀다. 그는 편의점 밖 테이블 옆자리에서 소란스럽게 떠들며 바닥에 침을 뱉는 김군 일행에게 ‘그러지 말라’고 훈계했다.
그러나 김씨의 말에 김군이 반항하면서 둘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두 사람의 실랑이가 길어지자 길을 지나던 신씨가 싸움을 말리면서 세 명이 뒤엉키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김군은 김씨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았다. 화가 난 김군은 김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했고, 김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19구급차를 불러 인근 대학병원으로 김씨를 옮겼다. 김씨는 8시간의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6일 만에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김군은 김씨가 쓰러지자 달아났다가 자수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김군의 친구 4명이 함께 있었다. 이들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는 아내와 아들(6)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김군과 시비가 붙었다. 김씨의 부인은 지갑을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였고, 아들은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과정을 울면서 지켜봤다.
김씨 유족은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봤고, 그로 인해 병원에서 숨진 사실까지 알고 있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군 일행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싸움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