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 서울만 맴돌다 끝? 제값 받는 명품 개발 시급

입력 2012-08-01 18:33


② 이제는 量보다 質이다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한국관광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꼽는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이 9.3%인데 비해 한국은 7.1%로 조사대상 181개국 중 121위로 하위권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관광산업 경쟁률도 홍콩(12위)이나 일본(22위)보다 낮은 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관광수입도 지난해 일본이 620만명 방문에 110억 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많은 980만명이 방문했지만 123억 달러를 버는데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한국방문의해위원회 홍주민 사무총장은 외래관광객의 서울 편중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외래관광객의 80%가 서울에만 머무르다 보니 체재기간이 짧아 관광수입이 줄고 호텔 숙박난도 심화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호텔 객실을 구하지 못해 수도권 외곽의 모텔로 밀려난 관광객이 한국에 호감을 갖기는 힘들다. 부정적 인상은 부메랑이 돼 다시는 한국을 찾고 싶지 않은 국가로 만들고 있다. 일본과 태국의 재방문율이 60%를 웃도는데 비해 한국은 40%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래관광객의 서울 편중현상은 지방관광 활성화가 미흡한데 기인한다. 숙박, 쇼핑, 교통, 음식, 언어소통, 환대서비스 등 지방의 관광수용태세가 미흡하다 보니 외래관광객의 60%를 차지하는 개별관광객(Foreign Independent Tourist·FIT)은 말도 통하지 않고 교통도 불편한 지방으로 관광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국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고부가가치 상품은 한국 업체가 주도적으로 개발해 외국 업체에 판매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상품도 사실은 일본 여행사가 개발해 한국 여행사에 하청을 주는 형식이다. 당연히 이익은 외국의 여행업체가 챙기고 하청업체로 전락한 한국 업체는 쥐꼬리만한 커미션만 챙기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하청을 받기 위해 우리 업체끼리 사활을 건 저가경쟁을 벌이게 되고 그 결과 쇼핑관광을 강요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한국관광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10월에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리무진버스를 타고 한국을 일주하는 ‘내나라 여행’이라는 7일짜리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한 하나투어는 2010년부터 한 해 이용객이 1만명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관광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통해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문화가 훌륭한 지역을 명품여행코스로 잡았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정기윤 홍보팀장은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아이리스’가 인기를 누릴 때 주인공 이병헌의 팬미팅이 포함된 상품을 개발해 일본 업체에 판매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며 “이제는 국내 여행업체가 스스로 관광상품을 개발해 외국 여행업체에 판매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의 영세성은 지방관광 활성화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세 업체들끼리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다 보니 3박4일에 30만원짜리 저가상품을 양산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교통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방관광을 외면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에서 외래관광객 유치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내 여행업체를 접촉했다가 아연실색했다. 전남도에서 하루 숙박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00원을 벌기 위해 1000원을 지원해야 하는 구조로는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수가 없다. 이는 실적이 필요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을 미끼로 ‘버릇’을 잘못들인 측면도 크다. 결국 저가상품의 수입 부족분을 쇼핑 강요나 지자체 지원금으로 채우는 구조로는 질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관광선진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광정책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쪽으로 변화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관광객과 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vents and Exhibition)관광객 등을 유치하기 위해 공사 조직을 개편하는 등 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바오젠 그룹의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한시적으로 탄생한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지방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근 3년 동안 체험형 쇼핑 축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개최하고, 서울에서 부산과 전주를 오가는 외국인 전용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국민의 환대마인드를 개선하기 위해 환대실천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고품격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등 한국관광 체질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만 활동하는 한시적 조직이라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한국관광의 미래를 위한 설계는 2020년을 목표로 한 2000만명 유치보다 1000만명이 한국에서 두 배의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는데 더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좁은 국토에 호텔과 공항, 그리고 음식점을 무한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제값을 내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광을 즐기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