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4·3사건 가슴아픈 역사”… 5·16 발언 역풍 잠재우기?
입력 2012-08-01 22:24
새누리 대선 경선 후보들 제주 합동연설회
5·16 군사쿠데타를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해 거센 역풍에 휩싸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제주도를 방문, 4·3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대폭 수정했다. 대선 주자로서 최대 아킬레스건인 현대사 인식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지층 확대를 꾀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선 합동연설회를 위해 제주를 찾은 박 전 위원장은 다른 주자들과 함께 4·3 평화공원에서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4·3 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이고 많은 분이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라며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4·3 희생자 유족회장이 “유족을 위한 지원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자 “잘 조사해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제주를 찾았을 때 “4·3 사건은 우리나라 혼란기에 일어난 대단히 불행했던 사건으로 좌익 세력의 소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많이 희생됐다”며 ‘좌익 소요’가 사건 발생의 배경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슴 아픈 역사’로 사건을 규정하면서 ‘좌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6년 전과 크게 달라진 인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달라진 인식에는 김종인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캠프 전략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에게 ‘계속 5·16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30∼40대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취지로 역사 인식과 관련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은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달라진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사는 많은 상처가 있다. 분단과 이념 투쟁, 혼란과 급속한 성장과정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우리 정치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당 경선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제주 관련 공약을 제시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박 전 위원장은 “강정마을을 크루즈 관광미항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했고, 김태호 의원은 “제주를 저탄소 녹색성장의 모델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제주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케 하겠다”고 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제주에서 영업하는 회사들이 수익금을 제주에서 쓰도록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김나래 김현길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