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원장이 두 얼굴로 비쳐지는 이유

입력 2012-08-01 22:15

국가지도자 되려면 빨리 검증대에 서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중 잣대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재벌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서다. 안 원장이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을 위해 벤처 CEO 친목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낸 사실이 지난 30일 밝혀졌다.

하지만 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경제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하다”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강연에서는 기업주의 범죄에 대해 “잡히면 반을 죽여 놔야 한다. 왜 사형을 못 시키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벌총수 구명 탄원서에 동참한 것은 이런 발언들과 모순된다.

논란이 일자 안 원장은 “브이소사이어티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한 일이었다”면서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다음날 “안철수연구소가 (2000년) 무선보안 관계사인 ‘아이에이시큐리티’를 만들 때 최 회장이 30%의 지분을 냈다”고 폭로했다. 탄원서를 낸 배경이 단순히 같은 친목회 회원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적 이해가 얽힌 ‘동업자’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또 안 원장의 2005∼2011년 포스코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재직 시절 중소기업 업종을 침해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회장과의 동업 의혹에 대해 안 원장 측은 “터무니없는 억지 논리”라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부는 물론 동업 문제가 왜 탄원서와 무관한지를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애초의 설명이 축소·왜곡된 것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재벌에 대한 견해가 영원히 고정돼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경제범죄로 구속된 경제인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를 이끌고 가야할 위치에 설 것이라면 어떤 이유로 입장에 변화가 생겼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안 원장의 경우 대선 출마 공표를 미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사실상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문제가 제기되면 더 성의있게 답변해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혹독한 도덕성 및 정책능력 검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를 피해가서도 안된다. 최근 새누리당의 문제제기를 보면 매우 치밀하게 준비된 듯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안 원장은 이번 문제제기가 시작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비단 본인뿐만 아니라 재집권을 위해 분투하는 야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불충분한 검증과 부실한 답변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