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 수준 의심케 하는 ‘오심올림픽’

입력 2012-08-01 18:41

런던올림픽 마스코트인 웬록은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잉글랜드의 시골마을인 ‘머치 웬록’에서, 맨드빌은 장애인 올림픽이 처음 치러진 ‘스토크 맨드빌’에서 각각 이름을 따왔다.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외눈박이라는 점이다. 두 마스코트의 눈은 올림픽 기록과 카메라 렌즈를 상징한다.

이 마스코트들이 때 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유난히 오심이 많이 나오자 마스코트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두 눈으로 봐도 제대로 판정하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눈 하나로 보고 있으니 애당초 정확한 판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일종의 야유이자 조롱인 셈이다.

‘오심픽’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데서 알 수 있듯 런던올림픽의 오심은 너무 지나치다. 오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나라다.

어제 새벽에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가 끝난 후 신아람 선수는 통한의 눈물을 왈칵 쏟으며 한동안 피스트에 주저앉아 떠날 줄 몰랐다. 오스트리아 심판이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가 이길 때까지 ‘끝없는 종료 1초’를 우겨댄 탓이다. 하이데만조차 “나도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한 통신사는 이 사태를 ‘역대 올림픽 주요 5대 오심’에 포함시켰다. 우리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를 지켜본 세계 각국 시민들도 국제펜싱연맹(FIE)을 성토했다. 궁지에 몰린 FIE는 신아람에게 규정에도 없는 특별상을 주겠다고 무마에 나섰다. 간접적으로 실수를 인정한 것이지만, 4년간 금메달을 향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신아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신아람은 특별상 수상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남자 유도 66㎏급 조준호는 8강전에서 국제유도연맹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심판 판정이 번복되는 바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논란이 벌어지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쳤다.

이렇듯 우리 선수들이 수모를 겪고 있음에도 대표팀의 항의 수준은 미적지근하다. 조준호 선수에 대한 판정 번복은 오심이 아니라고 언급한 인사도 있었다고 한다. 부당한 판정에는 강하고 엄중하게 맞서는 자세가 절실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각성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오심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스포츠 강국의 견제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만큼 우리나라가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가 너무 약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 신아람, 조준호, 박태환 선수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