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 강화와 곡물 수급대책 준비를
입력 2012-08-01 18:40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1.5%를 기록했다. 월별 통계로는 12년 만에 최저치다. 작금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저물가는 서민 부담을 줄이고 낮은 기준금리의 통화정책 운영에 무리를 주지 않는 등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국제유가는 현재 횡보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곡물가격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 26일 현재 부셸(27.2㎏) 당 7.81달러로 1년 전보다 17.4%나 올랐다. 소맥 가격도 부셸 당 8.84달러로 같은 기간 31.5%나 급증했다.
밀과 옥수수의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 지방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생산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콩 가격도 뛰고 있고 가격 상승이 곡물 전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31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곡물가격 동요와 더불어 일부 국가에서 사재기에 나선다면 곡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수수, 밀, 콩 수입량이 우리나라 전체 수입곡물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수입곡물가격은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하반기 국내 식품·사료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agriculture)발 인플레이션, 즉 애그플레이션 경계경보가 울린 것이다.
한편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7억 달러 흑자였으나 수출입 증가율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8.8%, -5.5%를 보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기록한 흑자, 이른바 불황형 흑자인데 흑자 규모는 6월 49억 달러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경기를 견인해온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안정적이던 물가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폭풍전야가 따로 없다. 하지만 예상되는 위기는 사전 대비만 철저히 한다면 잘 극복할 수 있다. 곡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비하면서 정책의 초점을 내수 활성화에 맞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