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화관… 비움을 채워주는 강변 쉼터 (下)] 광주 승촌보 영산강문화관
입력 2012-08-01 16:37
지난 5월 개관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4대강 문화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변레포츠 공간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4대강 문화관을 찾으면 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강문화관(경기도 여주 강천보) 낙동강문화관(부산 을숙도)을 소개한 1회에 이어 금강문화관(충남 부여 백제보)과 영산강문화관(광주 승촌보)을 감상해본다.
전남 담양의 용추계곡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호남의 들녘을 적신 후 목포 앞바다로 흘러드는 남도의 젖줄이다. 담양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영산강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관방제림, 그리고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 땅을 벗어나자마자 광주 시가지로 접어든다.
빛고을 광주에서 황룡강과 합류해 강폭을 넓힌 영산강은 나주평야를 적시기 직전에 광주 승촌동에서 쌀알 모양을 형상화한 승촌보를 만난다. 야경이 아름다운 승촌보의 공도교는 여느 보와 달리 사람은 물론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건설됐다. 덕분에 다섯 개의 쌀알 눈처럼 생긴 거대한 탑 가운데로 난 공도교를 달리는 맛이 이채롭다.
승촌보 서단의 남쪽에 위치한 영산강문화관은 건축미가 뛰어나다. 외관을 유리와 목재로 마감한 영산강문화관이 들어선 20만평 넓이의 하도는 ‘광주의 섬’으로 불리는 곳. 행정구역상 광주의 땅이지만 하도를 둘러싼 땅은 모두 나주 노안면으로 영산강 직강공사를 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내부의 시설물과 작품이 모두 하얀색인 영산강문화관의 물길여행존은 징검다리를 모티브로 탄생했다. 돌다리 모양의 하얀 의자에 앉아 영산강 물길을 따라 탄생한 옛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고 듣는 운치가 그만이다. ‘70억을 키워낸 생명력’이라는 주제의 차은택 감독 영상물은 황홀의 극치.
감동소통존에 설치된 핀란드 작가 유시 엔제스레바의 ‘River Is’는 물의 반사와 굴절을 빛으로 표현한 작품. 비치된 손전등을 바닥을 비추면 시소 조명에서 ‘강은’이라는 글자와 함께 ‘삶’ ‘문화’ ‘나’ ‘멋’ ‘연결’ ‘시작’ ‘영원’이라는 단어가 하얀 벽에 나타나 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승촌보가 한눈에 보이는 영산강문화관의 전망대는 광주 무등산과 영암 월출산, 그리고 나주 금성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포인트. 돌미나리 재배지로 유명하던 하도는 야외무대, 팔각정, 인조축구장, 농구장 등이 설치돼 주민이나 관광객들의 소풍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60면 규모의 승촌보 오토캠핑장은 주말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승촌보에서 나주 죽산보까지 24㎞는 영산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정자의 고장답게 영산강자전거길이 달리는 강변을 따라 유서 깊은 정자들이 이어져 운치를 더한다. 나주 시가지의 강변에는 1915년 설치된 영산포등대가 눈길을 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포등대는 바다가 아닌 강에 세워진 유일한 등대로 수위 측정과 등대의 기능을 겸했다.
황포돛배가 다닐 수 있도록 통선문이 설치된 죽산보 아래에는 드라마 ‘주몽’ 등 사극 촬영 무대인 나주영상테마파크가 있다. 절벽 위에 올라선 세트장과 호수처럼 잔잔한 영산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를 뚫고 유유자적하는 황포돛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석관정에 ‘나주제일정(羅州第一亭)’과 ‘영산강제일경(榮山江第一景)’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이유다.
거울처럼 잔잔한 S자 물길을 미끄러지던 황포돛배는 석관정과 금강정 사이의 강심에서 조용히 뱃머리를 돌린다. 바닷물은 1979년 영산강 하구언이 완공되기 전까지 이곳까지 흘러들었다. 승촌보 완공 직후 시범운행을 했던 황포돛배는 죽산보 통선문을 거쳐 승촌보까지 운행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모양은 전주요, 맛은 나주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나주는 예로부터 맛의 고장이다. 영산포 홍어거리에는 홍어코스요리로 유명한 전문음식점이 몇 곳 있다. 금성관 앞 곰탕거리에는 수십 년 전통의 나주곰탕집이 즐비하다. 나주곰탕은 뼈를 쓰는 다른 지역의 탕과 달리 살코기인 양지와 사태를 쓰기 때문에 담백하다.
광주·나주=글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