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화관… 비움을 채워주는 강변 쉼터 (下)] 부여 백제보 금강문화관
입력 2012-08-01 18:20
지난 5월 개관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4대강 문화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변레포츠 공간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4대강 문화관을 찾으면 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강문화관(경기도 여주 강천보) 낙동강문화관(부산 을숙도)을 소개한 1회에 이어 금강문화관(충남 부여 백제보)과 영산강문화관(광주 승촌보)을 감상해본다.
전북 장수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대전과 충남북 주민의 식수원인 대청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백제의 옛 도읍지인 충남 공주와 부여 등 한반도의 허리를 서럽게 흐르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금강하굿둑에서 마침내 서해 품에 안기며 398㎞에 이르는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금강문화관은 부여군 부여읍과 청양군 청남면을 잇는 백제보 동단의 수변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말안장을 형상화한 백제보는 백제 계백장군이 백마강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다는 ‘계백위환(階伯衛還)’을 테마로 건설됐다. 계백의 칼날처럼 푸른 강물이 백제보를 흘러넘치는 소리가 오천결사대의 말발굽 소리처럼 우렁차다.
백제보와 금강을 한눈에 보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6m 높이의 금강문화관 전망대를 올라야 한다. 전망대는 금강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마찬가지. 공주를 출발한 라이더들은 비단처럼 유려한 금강자전거길 24㎞를 달려 이곳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갖는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전망대는 백제의 역사를 보듬고 흐르는 금강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공간. 부여 출신 금강시인 신동엽이 서사시 ‘금강’에서 “백제, 천오백 년, 별로 오랜 세월이 아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듯 몇 번 안 가서 백제는 우리 엊그제 그끄제에 있다”고 노래한 것도 유구한 강물의 흐름에 비하면 인간의 역사가 짧다는 뜻이리라.
칠갑산에서 발원한 지천(枝川)이 금강과 합류하는 백제보 서단 남쪽의 절벽에 우뚝 솟은 바위는 천정대. 삼국유사에 따르면 천정대는 백제의 재상을 선출할 때 후보자 3∼4명의 이름을 쓴 후 밀봉해 바위에 두었다가 얼마 후 뜯어보면 이름 위에 도장이 찍혀져 있어 그 사람을 재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으로 금강을 붉게 채색하는 저녁노을이 환상적이다.
비단강으로 불리는 금강(錦江)은 백제보 아래 천정대에서 백마강으로 불린다. 백마강은 천정대, 낙화암, 구드래나루, 규암나루를 거쳐 세도면 반조원리에 이르는 약 16km 구간을 흐른다. 삼국사기에는 백강, 일본서기에 백촌강으로 기록된 백마강은 백제의 도읍이 공주에서 부여로 옮겨온 사비시대(서기 538∼660년)에 일본, 신라, 당나라, 서역과 문물교류를 했던 컬처로드 역할을 했다.
금강문화관은 여느 문화관처럼 희망나눔존, 새물결꿈존, 물길여행존, 사람사랑존, 감동소통존으로 구성돼 있다. 차은택 감독의 ‘강물연가’를 비롯해 물의 순환, 강과 문명, 물과의 소통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과 지역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되는 3층 테라스가 아담하다.
금강문화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일본인 작가 도쿠진 요시오카의 ‘게이트 인투 워터(Gate Into Water)’. 반투명 섬유가 밀림처럼 빽빽한 공간은 빛이 복잡하게 굴절돼 다이내믹한 강물의 흐름을 상징한다. 빛의 다발 속으로 흡수된 관람객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우주의 화이트홀을 연상시킨다. 금강문화관에서 백제보 공도교를 건너 청양 땅에 들어서면 복원된 왕진나루가 나온다. 왕진나루는 ‘왕이 다녀간 나루’라는 뜻으로 1980년대까지 청양과 부여를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청양에서 생산된 쌀이 왕진나루에서 황포돛배에 실려 반나절이면 강경이나 군산에 닿았다고 한다.
백제의 고도 부여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로 둘러봐야 제맛이다. 백마강 서쪽 부소산성 기슭에 위치한 구드래 나루터는 황포돛배 출항지로 강변에는 코스모스 꽃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여군청 인근의 궁남지는 634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으로 요즘은 연꽃이 만발해 황홀경을 연출한다.
부여=글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