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디플레 공포] 불황에 지갑 닫은 탓… 달갑지만 않은 저물가 행진

입력 2012-08-01 22:17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다 지난달 이례적으로 1%대까지 기록한 것에 대해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경기 침체가 주 원인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물가는 소비 등 수요 측면과 원자재 가격 등 공급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올해 전반적인 저물가 기조는 경기둔화 국면에서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급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오름세 역시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저물가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안정 등 외부 공급 요인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감소가 올해의 저물가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3% 초반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도 2%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저효과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분석 자료에서 “지난해 7월 4.5%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요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장마 피해가 크지 않아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된 것과 국내 기름값이 하락한 것도 일조했다. 무상보육·급식 정책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한은은 무상보육·급식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월 0.53% 포인트, 연 0.44% 포인트씩 낮추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처럼 물가가 안정됨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체감물가는 임금상승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고성장 국면에서 물가가 4∼5% 오르더라도 임금이 8∼9% 상승하면 체감물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물가가 낮더라도 경기침체기에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동결된다면 물가지수와 체감물가는 괴리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물가 안정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국제 유가도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불안한 상황이다. 기재부도 “국제 곡물가격은 4∼7개월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사료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팔도 등 라면 업체들은 이날 밀가루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라면 가격을 6%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그나마 물가라도 안정되면 다행이지만 물가마저 오르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국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