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이상 자영업자 고금리 대출로 내몰려… 은퇴후 창업 불황에 빚 허덕

입력 2012-08-01 19:21


고금리 가계대출에 내몰리는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은퇴자인 이들은 생존을 위해 자영업자로 변신하지만 절반 이상은 3년 내에 폐업 신세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가계대출의 악순환 속에서 이들은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한 전환대출 상품 ‘바꿔드림론’의 수요자 가운데 고령층과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부터 급증세다. 바꿔드림론 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지난해 6월 말 12.8%에서 올해 6월 말 16.0%로 3% 포인트 이상 뛰었다. 직종별 분류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27.8%에서 30.5%로 증가했다.

캠코에 따르면 바꿔드림론 수요자들이 애초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대출금리는 평균 연 42% 수준에 이른다. 많은 고령층 자영업자들이 고금리의 제2금융권으로 떠밀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종국 캠코 신용회복기획부장은 “자영업에 뛰어든 50대는 창업 초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부채를 이용하는데, 수익성 악화로 기존의 빚을 갚지 못해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집계하는 통계에서도 자영업자 중 고위험으로 분류하는 ‘과다부채 개인사업자군(High Leveraged SOHO)’에서 고령자 비중은 증가세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과다부채 개인사업자군 비중은 2010년 말 30.93%에서 지난해 말 34.24%로 증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고령층 자영업자는 저금리 기조가 금리 인상으로 전환될 경우 가장 부실화되기 쉬워 다각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층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갈수록 늘어나는 은퇴 후 자영업자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자영업자는 746만3000명에서 684만7000명으로 감소했지만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345만7000명(46.3%)에서 365만5000명(53.4%)으로 되레 늘었다. 특히 50대는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중 30.0%를 차지하며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40대(28.5%)였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은퇴자들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폐업을 한다”며 “과당경쟁, 고금리 대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