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고위층 이메일 해킹당해… 해커 中연계 추정

입력 2012-08-01 22:05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고위층의 이메일이 무더기로 해킹당했다고 벨기에 VRT 공영방송이 1일 보도했다. 해킹 그룹은 중국 군사 당국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그룹 ‘비잔틴 캔도르’는 지난해 7월 4차례에 걸쳐 EU 경제·안보·외무 분야 주요 관리들의 이메일 17건을 훔쳐보고 첨부파일을 다운받았다. 피해자는 반롬푀이 EU 상임의장과 그의 전·현직 측근 4명이 포함됐다. EU의 첩보 방지 책임자인 길 드 케르쇼브와 대외관계청 고위관리 레오나르도 시아비오도 해킹당했다. 당시 EU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등 민감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해킹 사실은 미국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에 의해 뒤늦게 포착됐다. 익명을 요청한 미 안보 당국자는 “해커 그룹들이 EU 관련 기관을 자주 겨낭한다”면서 이들의 행적을 보여주는 로그 기록을 일부 매체에 공개했다. 비잔틴 캔도르는 EU 전산망의 일부 통제 명령권을 장악하는 등 매우 정교한 기술을 사용했다. 비잔틴 캔도르는 미국 석유회사 핼리버튼, 중국인 추방 소송을 진행한 캐나다 법원 등 20여곳의 서방 기업과 기관을 해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EU는 논평을 거부했다.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도의 기밀 정보들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 별도의 전산망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유출될 수 없다”고 EU 당국자는 말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