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진통제 투혼 김재범, 그는 ‘믿음의 전사’… “하나님 아니면 금메달 없었다”
입력 2012-08-01 19:21
31일(현지시간) 남자 유도 81㎏급 시상식이 끝난 뒤 챔피언 김재범(27·마사회)을 비롯한 4명의 메달리스트들이 회견장에 속속 착석했다. 이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한 러시아 기자가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더니 대뜸 김재범에게 물었다.
“경기장과 시상식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던데 어떤 의미였느냐.”
김재범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항상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자나 깨나 기도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왼쪽어깨, 팔꿈치, 손가락, 무릎, 허리 등 정말 부상이 많은 몸인데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자신을 꺾었던 올레 비쇼프(독일)와 가진 결승전을 앞두고 대기석에서 초조히 출전을 기다리면서 세 차례나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렸다. 처음에는 “초조하지 말고 제 기량만 펼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제목이 “다리가 부러져도 좋으니 꼭 승리하게 해 달라”로 바뀌었다. 경기장으로 가던 중, 그리고 경기 시작 직전 잇단 기도를 통해 그는 평안함을 얻었고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정말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팔을 들 수 없을 만큼 부상도 많고 네 번째 손가락은 인대가 끊어졌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니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그는 의사가 ‘어떻게 이런 몸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의학적으로는 중환자였다. 경기 전날까지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했다는 그는 결승전에서 비쇼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금메달을 따낸 뒤 매트에 꿇어앉은 뒤 두 손 모아 또 다시 감사와 감격의 기도를 올렸다.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오르기 전 시상대 앞에서도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감사기도를 잊지 않았다. 경기 직전과 시상식까지 그가 결승전을 전후해 드린 기도만 무려 아홉 번이나 됐다.
그는 남들이 지옥훈련이라는 태릉선수촌의 정말 지옥 같은 훈련을 그는 ‘천국훈련’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새벽 5시30분 훈련을 시작해 오전 10시 오전 훈련, 오후 2시20분 오후 훈련, 오후 7시40분 야간 훈련에 더해 스스로 나태해질 때는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 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오직 1등만 생각하기 위해 밤 11시11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기도생활을 이어갔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훈련량이 늘면서부터는 충분한 수면을 위해 밤 10시04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기도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천사’를 연상케 하는 나름대로의 신앙생활이었다. 이제는 ‘기도의 전사’ ‘믿음의 전사’로 우뚝 선 김재범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하면서도 주일이면 명성교회와 선수촌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수요예배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김재범이 가장 좋아한다는 성경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이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