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유도 간판 김재범, 金 메쳤다
입력 2012-08-01 04:07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결승전. 김재범(27·한국마사회)의 상대는 올레 비쇼프(33·독일)였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도 만난 바로 그 선수였다. 당시 김재범은 경기 내내 질질 끌려다니다 유효를 빼앗기고 고개를 떨궜다. 4년 후 한층 강해진 김재범은 리턴매치에서 비쇼프에게 화끈하게 설욕하며 한국 유도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왼쪽 무릎, 왼쪽 어깨 그리고 팔꿈치가 성치 않은 상태로 결승전에 나선 김재범은 이날 비쇼프를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유효 2개를 따내 2대 0으로 승리하며 마침내 포효했다.
아시아선수권(4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2회)을 차례로 정복한 김재범은 이로써 올림픽 무대까지 평정하며 이원희(31·여자 대표팀 코치)에 이어 한국 남자 유도 두 번째 그랜드슬램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김재범은 이날 경기시작부터 비쇼프를 몰아붙여 유효 2개를 잇따라 따내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재범의 유도는 거칠었다. 전형적인 힘의 유도였다. 타고난 체력으로 연장까지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승부를 가렸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연장전 사나이’. 힘의 유도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되치기를 당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김재범은 기술 없이 힘으로만 윽박지르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도복 끈을 고쳐 맨 김재범은 다리기술을 보완했고, 손기술인 업어치기를 장착했다. 경기 운영 능력도 업그레이드했다. 힘, 기술, 경기 운영 능력을 두루 갖춘 김재범은 4년 전에 비해 훨씬 뛰어난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유도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왕기춘(24·포항시청)은 부상으로 무너지며 노메달에 그쳤고,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판정 번복으로 승리를 도둑맞은 터였다. 한국 유도의 마지막 희망 김재범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결국 금메달을 메쳤다.
김재범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일 오전 11시 11분에 1등을 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마린보이’ 박태환은 30일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실격파동’을 딛고 라이벌 쑨양(중국)과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