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선교 진두지휘 김대근 숭실대 총장… “2020년 국내 ‘10대 대학’ 목표”
입력 2012-07-31 16:10
숭실대학교는 봉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재학생의 10%인 1000여명이 매년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누구나 8학기 가운데 1학기를 통째로 봉사로 헌납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를 ‘7+1 제도’라고 부른다. 베트남 등 해외에서 교육봉사도 한다. 베트남 호찌민시, 필리핀 두마게티시에 교육선교센터를 두고 있다. 과거 기독교 선교사들이 숭실대 등 여러 대학들을 세워 우리나라에 근대 교육의 씨앗을 뿌린 데 대한 보은 차원이다. 숭실대는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한국명 배위량)가 1897년 평양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4년제 대학이다.
봉사·선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매년 자신의 연봉에서 3000만원씩 떼어 장학금으로 내놓는다. 평소 “봉사만큼 훌륭한 교육이 없다”고 역설하는 그를 지난달 25일 숭실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취업 스펙을 쌓기 바쁠 텐데 학생들에게 한 학기를 통째 봉사하도록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글로벌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리더라면 전문지식 못지않게 인성이 중요하다. 인성은 ‘남들과 소통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의미한다. 봉사를 제도화한 것은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다. 푹푹 찌는 해외 오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다보면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고민도 하게 된다.”
-2020년까지 국내 ‘10대 대학’이 되겠다는 ‘숭실 2020 대학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단계가 마무리되는데 성과는?
“1단계 기간(2010∼2012년)의 목표는 ‘학생이 만족하는 대학’을 구현하는 것이고, 2단계(2013∼2015년) 목표는 ‘창의적 인성교육이 강한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3단계(2016∼2020년)는 ‘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이다. 대학도 예전과 달리 수요자 중심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캠퍼스 전반을 리모델링해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특성화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평가도 좋아서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5년 연속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다.”
-사회복지분야, IT분야 특성화에 성공했다. 현재 금융학부, 국제법무학 등을 특성화하고 있는데.
“숭실대는 그동안 많은 목회자를 배출했다. 그것도 우리 사명이지만 이제는 기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인이나 금융인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해졌다. 기부가 활성화돼야 봉사와 선교가 풍요로워진다. 금융학부는 국제 금융인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3학년 학생들이 최고 학년인데 이들 중 4∼5명은 뉴욕 맨해튼에 진출해 현지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인턴을 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법무학은 국제분쟁 해결사를 양성한다. 국제법무와 금융학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국내보다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다.”
-숭실대에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대학은 한국 최초의 4년제 대학이다. 또 국내 최초로 1960년대에 컴퓨터를 들여와 교육했다. IT는 우리나라의 최대 먹거리 중 하나로 성장했는데 우리가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자랑하고 싶은 동문이 있다면?
“비보이 출신 최연소 회계사로 알려진 서준혁(04학번) 동문이 있다. 야간 경영학부에 들어와 2학년 때 회계사 시험에 붙었다. 미 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병권(99학번) 동문도 자랑스럽다.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로봇의 무한변신이 현실에서도 구현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했다. 로봇을 구성하는 정육면체 부품들의 크기를 줄이고 숫자를 늘리면 영화처럼 로봇의 무한변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기술은 미국의 거대 기업과 소수 대학에서만 연구하던 분야로 알려졌다. 안 동문의 연구는 획기적이었지만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MIT에서는 장학금을 주면서 데려갔다”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1947년생으로 숭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학위, 건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4년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2009년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 총장은 취임 후 ‘숭실 2020 대학발전계획’, 7+1제도 도입, 한국사이버대 인수 등을 주도하며 숭실대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