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자살대교→ 생명다리 탈바꿈
입력 2012-07-31 19:19
“혹시 지금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냥 머릿속에 툭 떠오르는 사람. 눈, 코, 입, 웃음소리…. 잘 기억이 나나요? 생각만 하지 말고 한 번 보고 오는 건 어때요?”
서울시가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감성 전략을 들고 나섰다. 마포대교는 한강에 건설된 다리들 중 ‘투신자살 발생건수 1위’란 오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삼성생명과 손잡고 마포대교를 세계 최초의 쌍방향 소통형 스토리텔링 다리로 조성한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생명의 다리’란 이름을 붙여 오는 9월부터 1년간 자살예방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 다리에 설치된 센서가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반응하며 친근하게 조명과 문자로 말을 거는 시스템이다.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과 추억,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감성적 메시지를 대화하듯 전달함으로써 비관을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최근 5년간 한강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한 사람은 1301명이다. 마포대교에서만 108명이 투신해 48명이 숨졌다.
마포대교에서 대화 메시지가 적용되는 구간은 양 방향(남단→북단, 북단→남단) 시작지점에서 중간지점까지 각각 2개씩 총 4개 구간이다. 각 구간에서 흘러나올 메시지는 재치를 담아 서로 다르게 구성하면서도 자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리 중간 전망대 구간 양측엔 황동 재질로 된 ‘한 번만 더 동상’도 설치된다. 1.8m 높이의 이 동상은 한 남자가 다리 난간에 한쪽 다리를 걸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이 남자의 다른 쪽 다리를 붙잡고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며 말리는 모습이다. 시는 동상에 자살방지 기금모금 동전투입구를 설치해 용기 있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외에도 마포대교를 스트레스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치유의 장소로 명소화할 방침이다.
김병하 시 도시안전실장은 “사람은 순간의 감정으로도 자살에 이를 수 있어 바로 그 순간에 보여주는 관심과 메시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마포대교가 절망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