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검찰 출두] 당황한 檢… 당내 “검찰에 뒤통수… 역시 고수”

입력 2012-07-31 21:56

역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노회한 정치인답게 그는 31일 ‘번개’처럼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윤석 비서실장도 뉴스를 보고 나서야 출석 사실을 알았을 정도다. 사전 조율이 없었던 탓에 검찰은 출석 시간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조사 준비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 9시 평소처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신상 발언은 전혀 없었다. 이미 출석을 결심했던 그는 오전 11시쯤 율사 출신 의원들에게 오후에 만나자고 연락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 있던 이해찬 대표를 만나 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말렸지만 그는 “의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박 원내대표가 출석 여부와 시기에 대해 계속 고심하다 오늘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점심 식사를 한 박 원내대표는 오후 2시쯤 이춘석, 박범계 의원 등 10여명에게 검찰 출석 의사를 밝혔다. 검찰의 ‘뒤통수를 친’ 그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조차 “역시 고수”라는 평이 나왔다. 검찰은 오후 1시30분쯤 변호인으로부터 “오후 3시쯤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사팀은 이를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수사 상황을 점검하는 등 조사에 대비했다.

오후 2시20분쯤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3시쯤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입장을 간단히 밝힌 뒤 1123호 조사실로 향했다. 동행했던 한 의원은 “검찰이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주화 엄기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