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소통하니… 학교폭력 없어졌어요

입력 2012-07-31 19:20


교과부 ‘행복한 학교를 위한 무한도전’… 성공 사례

평소 복장 문제로 교사들로부터 지적을 자주 받던 울산 남창중학교 2학년 A양은 지난 4월 학교에서 운영되는 ‘티처 홈스테이(Teacher's Homestay)’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1박2일간 학생부장인 손덕제 선생님과 영화를 관람하고 손 선생님 가족과 식사를 한 뒤 함께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A양의 과제였다. 이전까지 교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A양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프로그램을 마친 뒤엔 표정이 달라졌다. A양은 “가장 무섭다고 생각했던 학생부장 선생님이 예쁜 머리핀도 선물해주고, 제 얘기를 너무나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감동받았다”고 했다.

A양과 함께 1박2일을 보낸 손 부장은 “영화를 본 뒤 옷가게를 구경하다 A양의 꿈이 패션 디자이너란 사실을 알게 됐고, 그동안 A양이 패션에 민감했던 행동들도 이해하게 됐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자의 밝아진 모습을 보며 교사의 작은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3∼4월에만 9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했던 대전 태평중학교는 학생선도위원회·학교폭력자치위원회 징계 처분을 받았던 ‘위험군 학생’들을 주축으로 영화 동아리를 결성했다. 영화 동아리 구성원 중 80% 이상이 위험군 학생인 까닭에 ‘비행 서클’이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지만 학교폭력을 주제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면서 행동이 달라지고 성적이 올라가는 변화를 경험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B군은 “‘우리는 학교를 대표하는 팀인 만큼 절대 징계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며 동아리 회원들끼리 서로 다짐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과거를 반성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털어놨다. 허원준 지도교사는 “촬영에 참여한 학생들의 출석 및 생활 태도는 물론 성적까지 향상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위험군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시청함으로써 성취감과 반성을 동시에 느끼는 ‘거울효과’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이 같은 학교폭력 예방 우수 사례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행복한 학교를 위한 무한도전’을 개최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단위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련한 참신한 활동들이 학교폭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며 “발굴된 활동들이 널리 확산돼 표준 모델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