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폰, 소니 베껴”… 애플, 前직원 증인 출석 막아
입력 2012-07-31 22:28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세기의 특허전쟁’ 본 게임이 시작되면서 초반 기세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주장에 ‘소니 카드’로 맞불을 놨고, 애플은 삼성이 증인으로 요청한 전직 디자이너의 법정 출석을 거부했다.
삼성 측은 애플이 주장하는 ‘독창적 디자인’이라는 논리를 깨뜨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루시 고 판사의 주재로 열린 본안소송 첫 심리에 앞서 삼성 측은 “애플이 2006년 소니의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한 내용을 회람한 뒤 아이폰 디자인의 방향을 잡았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애플이 당시 디자이너였던 니시보리 신에게 이 인터뷰를 토대로 아이폰을 디자인하라는 지시를 해 ‘소니 휴대전화 디자인을 모방한’ 그의 디자인이 아이폰의 원형디자인으로 채택됐다는 것이다.
강력한 증거를 확보한 삼성은 니시보리 역시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해 11월부터 애플 측에 니시보리가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그가 7월 초 애플을 퇴사했고 하와이에 있으며 건강 문제가 겹쳐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후 삼성은 니시보리의 소재를 추적한 끝에 그가 건강하다는 증거를 잡았다. 그가 트위터에서 세계여행을 상의했고 10㎞ 마라톤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확보해 지난 5월에는 니시보리의 증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그의 증인 채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루시 고 판사가 삼성전자의 증인 소환 요청을 거절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애플의 전략은 구글이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경고성 문건을 보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구글이 2010년 2월에 삼성의 P1 모델(갤럭시탭)과 P3 모델(갤럭시탭 10.1)이 아이패드와 너무 유사해 구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듬해 삼성 디자인 파트에서도 갤럭시S가 아이폰 디자인과 비슷해 유감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삼성은 구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심리에서는 배심원들을 상대로 한 모두 변론에서 지난해 10월 사망한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보여주는 문제를 놓고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잡스의 사진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상진 서윤경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