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신사나라’답게… 영국 관중들의 성숙한 관전

입력 2012-07-31 19:05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는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같은 곳이다. 얼마나 큰 건물인지 전철 정거장 2개가 있을 정도다. 그 넓은 전시장 곳곳을 막아 유도 펜싱 역도 등 8경기가 열린다. 같은 건물이지만 조금 떨어진 경기장을 걸어갈라치면 한참 발품을 팔아야 한다.

30일 이곳 역도장은 적당한 실내조명에 번개 치는 모양의 네온사인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무거운 바벨을 드는 무미건조한 역도경기지만 대회 조직위는 관중들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듯했다. 경기 전 인상, 용상 같은 경기용어를 비디오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리고 선수들을 위해 관중들이 협조해야 하는 사안을 정중하게 사전 교육시키고 있었다. 경기 개시 전 관중들의 카운트다운을 유도해 관중과 선수의 일체감을 높였다.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인 영국의 올림픽 호스트 관중답게 그들의 관전태도는 놀라웠다.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한 명 한 명의 선수가 소개될 때 호의로 가득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냈다. 한 선수가 아깝게 바벨을 들지 못했을 때 탄식과 함께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경기를 즐기고 있었고 이역만리에서 온 선수들의 따뜻한 동반자가 돼 있었다. 소란스런 경기장이 아닌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자국선수가 출전했을 때 그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얼마 뒤 바로 옆 펜싱장에서 신아람이 억울한 눈물을 찍어낼 때도 관중들은 마음으로 함께 울었다. 울다 지친 신아람이 관계자들의 손에 이끌려 피스트에서 내려올 때 우뢰와 같은 박수로 그의 아픔을 달랬다. 이어 열린 3-4위전을 위해 신아람이 피스트에 오르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맞이했고 심판이 소개되자 야유를 쏟아냈다. 장내 아나운서가 “심판을 존중해 달라”고 했지만 코웃음으로 외면했다. 그들은 이미 판정시비의 진실을 꿰뚫고 있으면서 심판원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깝게 패한 뒤 아쉬움을 달래는 신아람에게 다시 한번 우렁찬 박수와 함성을 선사했다.

운동경기에서 관중들은 단순한 관전자로 머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며 선수들의 성패에 일희일비했다. 그들은 경기를 리드하며 그릇된 판정에는 엄한 판관이 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경기장의 규격에 일정 수 이상의 관중석을 요구하는 것은 그런 의미 때문으로 보였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