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치쿠’ 나카무라 셰프 “생선초밥 맛있게 먹으려면 주방장 앞에 앉아라”
입력 2012-07-31 11:34
“일식집에서 스시(생선초밥)를 맛있게 드시고 싶다면 주방장 앞 스탠드에 앉으세요.”
서울 여의도 63빌딩 58층에 자리한 정통 일식당 ‘슈치쿠’의 나카무라 코우지(35·사진) 셰프는 350년 된 천연 히노키로 제작된 스시바를 가리키며 “바로 이곳이요”라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밥과 차가운 생선이 만난 스시는 만든 지 5분이 지나면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흰살 생선으로 만든 스시는 간장이 아닌 소금을 뿌려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일러 준다.
7월 중순 슈치쿠에 영입된 그를 지난 27일 만났다. 스시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인기 셰프로, 부산 등 지방에서도 그를 찾는 예약 전화가 올 정도다. 그는 호주 굿푸드 가이드 선정 ‘베스트 씨푸드 레스토랑’ 상을 수상한 시드니의 ‘피시 페이스’, 5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일본 도쿄 ‘칸다’에서 근무한 스시 전문 셰프다. 국내에 스시 전문 셰프가 몇 명 되지 않는 데다 나카무라 셰프는 우리말까지 능숙해 스시를 맛있게 먹는 법, 재료의 특징 등을 조곤조곤 들려주기 때문에 한번 그를 만난 손님은 단골이 된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어어서 한국말을 배웠어요. 장인 장모님이 지진 때문에 일본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걱정하셔서 지난해 가을 서울로 이사 왔습니다.”
공학도였던 그는 대학 때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스시의 매력에 빠져 대학 졸업 후 요리를 배운 늦깎이. 해외에서 스시전문점을 내겠다는 꿈을 가졌던 그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호주 시드니의 ‘도쿄 스시 아카데미’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아내를 만났단다.
노량진 수산 시장은 시드니 시장에 비하면 물 좋은 생선이 많은 편이지만 도쿄 시장보다는 종류도 적고 관리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한국의 주방문화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일본에선 주방식구들의 식사는 주방 막내가 조리하는 게 관례라고. 다양한 요리를 해보게 되고, 전문가들의 평가와 조언을 받으니 솜씨도 좋아지게 마련이라는 것.
“여기선 직원 식당에서 먹고 있습니다. 작은 식당에선 ‘이모’들이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대부분의 일식당에서 사서 쓰는 일본식 김치 츠케모노를 직접 만들고, 노량진 수산 시장에 일주일에 세 번씩 나가고 있는 그는 “흑초로 만든 샤리(초밥) 등 슈치쿠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스시를 개발해 손님상에 내놓겠다”고 욕심을 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