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좋은 이웃이 되려면

입력 2012-07-31 18:32


얼마 전, 소음 탓에 이웃으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고 한동안 우리 부부는 우울했다. 나무를 자르며 생긴 소음이 나의 이웃에게 불편을 끼쳤다.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언행으로 항의를 받고 보니 미안함보다는 화가 치솟았다. 그리고 며칠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이 ‘이웃을 잘못 만났다!’였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면 나만 이 생각을 했을 리는 없다. 나의 이웃도 그랬을 것이다.

궁금하다. 이런 이웃과의 갈등과 분쟁을 식물도 겪고 있을까? 식물들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그렇다, 아니다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정황을 보면 잘못 만난 이웃의 피해 사례는 분명 있다. 작은 집 마당에 큰 소나무가 있으면 주변으로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어진다. 잎과 줄기에서 떨어지는 소나무의 송진이 땅을 지속적으로 산성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소나무 숲 군락지를 가보면 소나무 외에는 다른 나무군을 발견하기 힘들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알칼리 성분의 땅을 좋아하는 라일락이나 패랭이꽃 등은 소나무라는 이웃을 잘못 만나면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되어 살아갈 수 없거나, 살아도 맘껏 성장하지 못하고 힘겨워 한다.

그런가 하면 북미의 원주민들에게는 ‘스리 시스터스(세 자매)’라는 오래된 전통의 곡물재배 방법이 있다. 우선 둔덕을 높이 30㎝, 너비 50㎝ 정도로 둥글게 만든다. 그리고 각각의 둔덕 가운데에 촘촘한 간격으로 옥수수씨를 심는다. 그 옥수수가 싹을 틔워 15㎝ 정도 자라면 주변으로 호박과 덩굴콩을 번갈아 심는다. 이렇게 세 곡물을 함께 심어주면 지지대가 필요한 덩굴콩은 옥수수를 지지대로 삼고, 콩은 질소라는 영양소를 땅으로 보내 옥수수와 호박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또 호박은 넓은 잎으로 땅을 덮어 잡초가 올라오지 못하게 해주고 거친 솜털로는 벌레의 접근을 차단한다. 여기에 가끔 식물의 수분을 도와줄 벌을 함께 키워 ‘포 시스터스(네 자매)’를 만들기도 한다. 함께하고 있는 식물들끼리 분쟁과 마찰이 아니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름다운 이웃사촌이 되는 셈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어떤 이웃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이웃이 되려면 이기심을 내려놓고 내가 먼저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는 ‘도움’이 있어야 한다. 이미 어색해져버린 사이지만 나는 과연 무엇을 나눠줄 수 있을지. 자꾸 못돼 지려는 마음을 반듯이 세우려는데, 너무 뜨거운 날씨가 방해한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