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란의 도가니처럼 들끓는 사회
입력 2012-07-31 18:29
제주 올레길 관광객 살해사건 역시 성폭행의 후속범죄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소변 보는 모습을 본 피해여성이 성추행범으로 오해해 엉급결에 목을 졸랐다던 당초 진술은 거짓이었다. 그제는 경남 통영에서 지적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70대 노인 3명이 검거됐으며, 진해에서는 학교지킴이가 초등생 9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범죄의 일차적인 책임은 범인들에게 있다. 이른 아침에 혼자 걷는 관광객을 노린 주민,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성을 꾀어 성폭행한 노인들, 어린 아이들을 돈으로 유혹해 몸을 더듬은 학교지킴이는 모두 자기조절능력이 있는 성인들이다. 이 가운데 진해 사건의 범인은 군 부사관 출신이다. 멀쩡한 사람들이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빚어낸 비극인 동시에 신뢰사회를 파괴하는 흉악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만 책망할 수 없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음란의 도가니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욕망의 가마솥은 시간과 장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펄펄 끓고 있었다. 70대 노인이라면 한 동네의 어른으로 부녀자와 장애인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전통사회의 풍속이었으나 지금은 악마의 발톱을 숨기고 있다. 지난해 전남 장흥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성범죄가 현대에 와서 발흥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늘 범죄의 울타리를 맴도는 성적 충동이 있었지만 사회질서를 흔들 정도는 아니어서 인간의 본성과 교양, 규범에 따라 적절히 통제되었다. 몸이 성하지 않거나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공동체의 적절한 보호를 받으며 개인의 삶을 꾸려갈 수 있었다. 그 정점에 권위와 윤리를 갖춘 원로들이 있었다.
문제는 미디어 환경이다. 인간의 벌거벗은 욕망을 자극하는 매체가 주변에 넘쳐난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음란의 바다가 펼쳐진다.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스팸메일을 여는 순간 바로 외설 사이트로 연결되고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적나라한 장면이 뜬다. 채팅남녀들은 돈만 있으면 호떡처럼 살 수 있는 것이 성이라고 유혹한다.
대중문화도 한몫을 한다.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애정행각으로 그득하다. 현재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신사의 품격’만 보더라도 4명의 주인공 중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유지하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사생아도 자연스럽고, 남녀 톱스타는 수시로 길게 키스한다. 더 대담한 것이 영화의 노출 장면이다. 방송과 영화에서 인정되면 하나의 기준으로 인정된다. 이러한 외부자극에 대해 방어력을 상실하면 범죄로 이어진다. 주변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