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여, 무채색을 던지고 젊게 입어보자…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씨에 배우는 코디 요령

입력 2012-07-31 18:08


코발트 블루색 치노팬츠에 하늘색 체크 셔츠를 입은 그는 상큼했다. 다홍색 벨트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빨강 파랑으로 면분할(블로킹)된 흰색 옥스퍼드화 위로 살짝 드러난 발목. 서울 청담동 박윤수 올스타일에서 지난 29일 만난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씨의 패션은 20대의 그것이었다.

박씨는 국내 최고 패션디자이너들의 모임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회장을 지낸 중견 디자이너.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에서 최고급 캐주얼브랜드 ‘빅박’을 런칭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그해 10월에는 디자이너 감성을 더한 아웃도어브랜드 ‘P플러스’를 런칭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1980년 중앙디자인컨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패션가에 진출했으니 50대를 한참 지나 있을 나이다. 그런 그가 컬러 패션을 한껏 즐기고 있다. 누가 컬러 패션을 젊은 남성들을 위한 것이라 했는가∼.

“우리나라 중장년 남성들은 패션에 관한한 고지식한 편이지요.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할까요.”

남성복에 2,3년 전부터 서서히 불어오던 컬러 바람이 올여름에는 태풍이 됐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비롯해 핑크 연두 등 알록달록한 색들이 셔츠는 물론 바지까지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들은 대부분 검정이나 감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은 ‘무채색’파들이다.

박씨는 “젊게 입으면 마음도 젊어져 열정이 생긴다”면서 패션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평소 입는 정장에 컬러 코디네이션을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감색 정장에 연한 핑크색이나 연 노란색 드레스셔츠를 입어보라는 것. 그렇게 색깔과 친해진 다음에는 컬러 치노팬츠를 한 벌 장만하라고 했다. 컬러팬츠에 처음 도전하는 중년 남성에게 박씨가 추천한 색상은 겨자색. 빨강 노랑 초록 등 원색이나 핑크 등은 감당하기 어렵지만 겨자색은 도전해볼만하다는 것. 또 겨자색은 요즘 쿨비즈룩이 유행하면서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감색 콤비 재킷과도 잘 어울린다.

“치노팬츠의 멋은 살짝 접어 발목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발목양말을 신어야지요. 또 신도 스니커즈 같은 캐주얼화를 신어야 합니다.”

그의 작업실 책상 서랍에는 알록달록한 발양말들이 담겨 있었고, 소파 옆에는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의 구두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발등이 핑크색인 검정구두, 연두색 보트화, 하늘색 컨버스….

“상하의를 지나치게 대조되는 색으로 입으면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어요. 상하의는 이웃한 색으로 골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벨트를 약간 튀는 색상으로 골라 포인트를 주는 게 멋스럽습니다.”

컬러팬츠에 검정이나 밤색 벨트는 너무 무겁고 재미 없다는 것이 박씨의 귀띔.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남성들은 지나치게 옷을 크게 입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스타일로, 얼굴은 작고 하체가 길며 체격이 좋은 미국인들에겐 어울리지만 얼굴은 크고, 하체는 짧은 우리나라 남성들에겐 독약이라는 것. 특히 바지는 주름이 없는 노턱 스타일을 입으라고 강조했다.

“정장은 물론 캐주얼을 입을 때도 신경 써야 할 것이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입니다. 너무 크게 입으면 나이도 더 들어 보이고, 키는 더욱 작아 보입니다.”

◇ 전문가 조언

◇로가디스 스트리트 소현수 디자인실장=블루 그린 핑크 오렌지 등 컬러 팬츠는 같은 계열의 옅은 색상 재킷이나 이너웨어와 입으면 산만하지 않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커스텀멜로우 손형오 실장=상의나 하의 한쪽만 눈길을 사로잡는 컬러로 선택해 포인트를 주고, 다른 한쪽은 파스텔 톤으로 입어 컬러 밸런스를 맞추도록 한다.

◇엠비오 김유식 디자인실장=눈에 띄는 컬러 의상이 부담스럽다면 채도가 높은 원색의 가방이나 원색 줄무늬가 들어간 카디건, 구두 등 소품으로 옷차림에 청량감을 주도록 한다.

◇금강제화 강주원 실장=캐주얼한 컬러 팬츠에 정장 구두는 ‘NO’. 데크 슈즈 등 캐주얼화를 맨발에 신도록 한다. 양말을 꼭 신어야 한다면 발목양말을 신도록.

글=김혜림 선임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