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우생순’ 숙적 덴마크 꺾고 ‘8년 전 아테네 恨’ 풀었다

입력 2012-07-31 01:09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세계랭킹 8위)은 ‘우생순’ 언니들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경기 내내 빠른 스피드와 악착같은 수비로 강호 덴마크(6위)를 괴롭혔다. 키가 크고 건장한 덴마크 선수들은 쩔쩔맸다. 경기가 끝나자 동생들은 서로 얼싸안고 코트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25대 24. 짜릿한 설욕이었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쿠퍼박스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B조 예선리그 2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여자 핸드볼은 8년 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때 덴마크에 당한 패배를 갚았다.

당시 노장 위주로 급히 팀을 꾸린 한국은 19번의 동점, 연장에 재연장까지 가는 사투를 벌였지만 34대 34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승부던지기에서 2대 4로 아쉽게 패했다. 아줌마 선수들은 모두 코트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AP통신은 이 경기를 아테네올림픽의 10대 명승부로 꼽았고, 2007년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바로 ‘우생순(우리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날 한국은 주전 센터백 김온아가 무릎 부상으로 빠져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 초반 조효비(5골)와 정지해(4골)의 득점포에 불이 붙어 리드를 잡았다. 우리 선수들은 체격이 좋은 덴마크 선수들을 상대로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워 11-10으로 근소하게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후반 들어 불끈 힘을 내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몰고 온 선수는 ‘우생순’의 살아 있는 전설 우선희였다. 우선희는 후반 13분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단독 찬스를 만들어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이은비도 한 골을 보태 후반 14분 한국은 18-15로 달아났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조효비, 심해인의 득점에 이어 정지해의 페널티스로에 힘입어 경기 종료 12분 전 21-16으로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 4위를 한 스페인(16위)과 덴마크를 연파하며 2연승으로 8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대회 여자 핸드볼은 12개 나라가 출전해 2개조로 나뉘어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오른다. 한국은 8월 1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 노르웨이(5위)와 3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