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알이드 목사, 국민일보에 이메일… “교회 폭격 공포… 생필품 부족 절망적”
입력 2012-07-30 21:45
“답장이 늦어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시리아에 있습니다.
교전이 심한 다른 지역에선 사격이 중지된 정오부터 2시간 동안만 식량을 가지러 바깥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두 시간에도 위험한 시위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교회에서 기도를 합니다. 피란민들이 생존하기 위한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고요. 약품, 담요 등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싶지만 그럴 여력이 제겐 없습니다. 경제적인 상황은 절망적이고 이곳 물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게들은 습격을 당하거나 불에 탈 것을 염려해 문을 닫습니다. 이곳에는 충분한 식량이 없습니다. 있다 해도 너무 비쌉니다.
2만명이 넘는 시리아인들이 전쟁으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로 끌려간 것인지, 누구에게 끌려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전쟁이 심각한 북쪽의 알레포에 계십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창가 근처에 앉아 TV를 보시곤 하는데 딱 하루 다른 방에 계셨다고 합니다. 그날 바깥에서 폭탄이 터져 다행히 어머니께서 다치거나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은혜입니다.
어제는 조카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더군요. 매일 밤 총소리를 듣고 잠이 들거나 거리를 다니는 것이 매우 두렵다고 했습니다.
한 목사님은 얼마 전 여자 형제와 두 자녀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떤 교회는 폭격을 당하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편지로는 모든 것을 말할 수가 없어 짧은 편지가 됐습니다. 시리아의 수웨이다에서, 알이드 목사.”
시리아의 알이드(38) 목사가 30일 본보에 이메일을 보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본보가 보낸 질문지에 대한 답장은 한동희 선교사를 통해 전달됐다. 인접국에서 활동 중인 한 선교사는 아내의 출산으로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다.
내전이 시작되면서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은 일부 과격 이슬람 수니파들의 습격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포용정책을 펼쳐온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서 기독교인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기독교인들도 정부 폭력에 의한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반정부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최대 반정부단체인 시리아 국가위원회(SNC)에도 기독교인들이 포함됐다.
이슬람 알라위파의 지지를 얻은 아사드 대통령은 다수 수니파들을 철권 통치해 왔다. 또 전략적으로 전체 국민의 약 10%인 기독교인에게 예배의 자유를 허용하는 등 관용을 베풀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