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유례없는 ‘최장 세일’에도 고객 지갑 결국 못 열어
입력 2012-07-30 19:45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한 달간 이어진 여름 세일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백화점은 한산했다. 곳곳에 할인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매장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이벤트 행사장에만 고객이 간혹 몰릴 뿐이었다. 반면 9∼10층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건물 안에 펼쳐진 전혀 다른 두 풍경이었다.
◇긴 세일도 효과 없어=계속되는 불황에 백화점들은 올해 여름 유례없이 긴 한 달간의 세일에 돌입하며 매출 올리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3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여름 세일기간(6월 29일∼7월 29일) 매출은 지난해(6월 24일∼7월 25일)보다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는 세일기간이 17일이었기 때문에 세일이 없었던 14일을 더해 비교한 수치다. 백화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여성의류가 판매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여성정장은 매출이 5% 감소했고, 진캐주얼(1%), 여성캐주얼(6%) 등도 세일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광복점, 동래점, 센텀시티점 등 부산지역 매장의 경우도 비슷했다. 올여름 세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1% 느는 데 그쳤다. 평소 세일을 안 하던 브랜드까지 가세해 전체의 75%가 세일을 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면세점 사상 최고 매출=반면 주요 면세점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고공 성장을 했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올 2분기 매출 4858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매출 3387억원, 영업이익 38억원보다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무려 797.3%나 증가한 것이다. 상반기 누적 실적도 매출 9059억원, 영업이익 601억원으로 기록을 갈아 치웠다.
롯데면세점도 매출의 33%가량을 차지하는 소공점이 지난해보다 33% 매출이 올랐고, 제주점은 100% 뛰었다. 지난해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롯데면세점은 올해 3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의 폭발적 성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주도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올 상반기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의 매출비중은 52.6%에 달해 일본인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75% 늘었는데 중국인 매출이 131.3% 증가해 이를 주도했다. 일본인 매출은 46.7% 늘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