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 해운·건설업체… M&A 매물 줄이을 듯
입력 2012-07-30 19:22
‘STX팬오션은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2∼3차례씩 선박을 10여척 매각. 대한해운은 자회사인 광양선박 지분을 공개 매각. 한진해운은 지난해 부산 감천터미널 부지를 1000억원에 매각한 뒤 다른 곳도 검토 중.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을 처분.’
30일 만난 한 증권사 해운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의 수첩에는 올 들어 국내 해운업체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 자산을 팔아치운 사례들이 가득했다. 수첩에는 ‘경기 악화로 부실 우려 및 자회사 매각 사례가 잇따른다’는 메모가 덧붙여져 있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운업체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버티기’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유동성 마련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황을 절실하게 체험하는 업종은 해운업뿐만이 아니다.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들의 최근 이슈는 끝내 법정관리에 돌입한 중견 건설사 삼환기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환기업은 20년 전만 해도 시공 기술이 월등했던 곳으로 분류됐다”며 “업계에 닥친 한파를 새삼 실감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산업계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부실채권(NPL) 입찰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사모투자펀드(PEF) 설정 등 구조조정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해운·건설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중소형사 매물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각 시중은행이 입찰에 부친 NPL 물량은 3조3369억원으로 집계됐다. NPL은 은행이 빌려준 자금 중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회수가 어려워진 채권을 말한다. 담보가 있어 회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고정’, 담보가 없는 경우를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최근 시황 등을 감안하면 올해 시중에 나올 NPL 물량은 지난해 수준(5조7187억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하반기에 부실채권을 더 많이 내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수준보다 부실채권 인수 실적이 크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불황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ABS 발행총액도 증가 추세다. ABS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ABS 발행총액이 1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7000억원)에 비해 5조1000억원(34.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기 기준 ABS 발행액이 19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1년 상반기 22조8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M&A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사모투자펀드(PEF)의 활동은 점점 활발해질 전망이다. PEF는 M&A 시장의 매물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되팔아 이익을 거둔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기업재무안정 PEF는 11개로 2조720억원 규모다. 이들 중 올해 새로 등록된 펀드는 4개로 7405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